[금융]"언제 잘려도 전직 쉬운 부서로"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8시 29분


금융구조조정으로 인해 ‘은행원의 수난시대’가 지속되면서 은행원들의 선호 업무분야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은행원들의 승진길에 필수코스로 꼽혔던 여신심사나 기업대출 업무는 인기가 떨어진 반면 과거 관심을 끌지 못한 프라이빗뱅킹과 채권딜링 업무 등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

최근 기업어음(CP) 중개팀를 새로 만든 외환은행은 행내에서 인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지원자가 많아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실제 이중 일부 행원은 CP중개팀으로 선발되지 못한 것에 실망해 은행을 떠나는 사례도 있었다.

외환은행 전홍찬차장은 “채권딜링 업무는 은행 내부에서도 전문성이 인정되는 직군으로 증권회사로의 스카웃 등 금융기관으로의 전직도 수월하며 주식거래 업무와는 달리 거래 리스크가 높지 않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의 재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뱅킹(PB)도 은행원들의 새로운 인기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은행들은 소매금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하나은행의 경우 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 등에 PB팀 직원을 연수를 보내는가 하면 신한은행도 PB팀 직원을 국내 MBA과정에 보내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해외 선진국에서도 우리보다 앞서 나타난 일.

하나은행 관계자는 “요즘같이 은행원들이 자리가 위태한 상황에서 퇴직 이후 자기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전문분야를 갖는다는 점은 상당한 매력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반면 여신심사파트는 요즘 은행원들에게는 점차 기피분야가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 기업여신이 많았을 때 여신심사파트와 기업대출분야는 그야말로 ‘목에 힘을 줄 수 있는’자리였다. 그러나 부실여신이 늘어나고 이에대한 감독이 강화되면서 ‘책임만 있고 돌아오는 것이 없는’ 자리가 되어 버린 것. 실제 각 은행의 여신심사역과정에 지원하는 지원자수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점 창구업무도 기피 대상 업무중 하나. 지점 창구업무는 과거 일상적인 업무를 편하게 수행할 수 있었던 자리로 인식됐으나 최근 실적부진 및 전문성 부족의 이유로 명퇴대상 1순위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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