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 10권의 책이 올 미 최고 저술"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9시 08분


《지난 2년 간 뉴욕타임스는 ‘최고의 책’을 선정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올해에는 더욱 힘들어 후보작으로 고른 책은 20권에 불과했다. 이는 2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였다. 그런데 1년 내내 좋은 책이 없다고 불평하던 출판 페이지 담당자들은 이 가운데에서 최고의 책을 10권이나 뽑아주었다. 뉴욕타임스가 30년 넘게 계속해오고 있는 이 작업은 ‘뉴욕타임스 북리뷰’에 실린 책들을 대상으로 한다.(http://www.nytimes.com/books/00/12/03/reviews/001203.03editort.html) 이번에 선정된 책들도 지난해 말 이후 뉴욕타임스에 비평이 실린 책들 가운데에서 선정된 것이다.》

▼죽음(짐 크레이스 지음, 파라 스트로스&지룩스 출판사)▼

이 짧고 ‘우아한’ 소설의 제목만을 보아서는 소설 속에 포함된 역설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다. 짐 크레이스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생명은 죽음과 동시에 영원히 끝나지만 한동안은 죽음이라는 현상 역시 굴곡 많은 삶의 한 국면이라고 주장한다. 동물학자인 이 책의 주인공 셀리스와 조지프는 책의 첫 번째 문단에서 숨지고 만다. 바닷가 모래 언덕에서 정사를 벌이다 벌거벗은 채 살해당하는 것이다. 크레이스는 이때부터 세 가지 줄기의 이야기들을 엮어 삶을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세 가지 줄기 중 하나는 시간을 뒤로 돌려서 조지프와 셀리스가 학자로서 보내온 인생과 그들의 오랜 결혼생활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두 사람은 30년 동안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실망한 적도 많았지만 그들의 실망은 이내 다시 희망으로 변한다. 또 전기가 통하듯 서로에게 사랑을 느꼈던 순간들을 결코 잊지 않는다. 모래 언덕은 그들이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던 곳이었다.

두 번째 줄기의 이야기는 6일 동안에 걸쳐 조지프와 셀리스의 시체가 분해되고 부패돼가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화학물질들의 완만한 전쟁’과 시체를 먹고사는 온갖 종류의 미생물들이 만들어내는 ‘매혹적인 율동’에 대한 정확한 묘사는 자연의 무한한 능력에 보내는 매력적인 찬사이다.

마지막 줄기는 사이가 멀어졌던 딸이 실종된 부모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에는 작가가 죽음 앞에서 사랑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소설은 사랑이 삶에 의해 침식되지도 않고 죽음에 의해 위축되지도 않는 놀라운 것임을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종교 신자가 아닌 자연주의자에게도 이성적인 이해를 초월하는 마음의 평화가 존재하는 셈이다.

▼베오울프(시머스 히니 옮김, 파라 스트로스&지룩스 출판사)▼

1980년 ‘영문학의 노튼 명시선집’의 편집자들은 영어로 작품을 쓰는 시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시인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시머스 히니에게 ‘베오울프’의 번역을 부탁했다. 영문학 사상 최초의 서사시로 알려진 ‘베오울프’는 인간의 삶을 ‘미지(未知)’에 대한 도전의 연속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미지’란 인간에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힘과 지혜를 가져다 주는 것.

북아일랜드의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히니는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종교 사회적 투쟁의 폭력성과 고뇌에 대해 지난 40년 동안 가장 민감하고 심오하게 사고해온 증인이었다. 또 그는 수백년 동안 아일랜드를 정복하고 이곳 게일족의 풍부한 시적 전통을 억압해온 영국인들에게 내심 분노를 느끼고 있음을 시인한 적도 있다.

‘노튼 명시선집’에 처음 발표됐던 ‘베오울프’의 번역본에서 히니는 북아일랜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기로 했다는 해설을 붙였다. 이는 곧 자신의 번역 작업이 북아일랜드의 투쟁을 개인적으로 경험하기 위한 일로 규정짓는 것이다.

실제로 이 번역본에는 그의 이러한 투쟁이 손에 잡힐 듯이 드러나 있다. 그리고 투쟁을 통해 그는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서사시를 충실하게 번역해 놓았다.

▼게놈(매트 리들리 지음, 하퍼 콜린스 출판사)▼

사람의 몸 속에 들어 있는 유전정보는 DNA에 씌어진 30억자 분량의 책과 같다. 여기에서 인간은 자신의 몸 속에서 40억년 전에 사라져버렸지만 그 이후 등장한 모든 생명체의 기원이 된 아주 작은 원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

게놈의 해독은 생물학의 철학적 기반을 뒤흔들었고 윤리적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게놈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내용이었으며 지나치게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매트 리들리의 책 ‘게놈’에는 어려운 학술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은 아주 일상적인 용어로 지적인 발견의 과정을 설명한다. 독자들은 마치 소풍을 나온 듯 게놈에 관한 과학적 사실들을 이해하면서 유전적 진화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기억할 수 있다.

또 ‘게놈’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새로운 유전학적 지식이 초래할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결과들을 보여준다. 책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부분에서 저자는 유전정보의 이용을 과학자 의사 정부의 손에만 맡겨두어서는 안되고 반드시 개인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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