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경착륙(hard landing)과 연착륙(soft landing)의 차이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4시 47분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MSDW)과 메릴린치증권은 내년도 미국경제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전자가 경착륙(Hard landing) 가능성을 경고하는 반면 후자는 연착륙(Soft landing)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착륙을 걱정하는 MSDW는 내년도 미국GDP 성장률을 2.5%로, 인플레이션율을 3%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1.3%에 그칠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메릴린치증권은 2001년 미국 GDP 성장률은 3.25%으로 추정했다. 올해의 5.1%보다는 낮지만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진 후자의 입장이 우세하지만 아직 대세를 장악하진 못했다.

이들 초대형 투자은행들간 논쟁으로 경착륙과 연착륙은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상당히 친숙한 용어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지만 양자의 차이와 이들 논쟁을 경제학자가 아닌 증권업계에서 주도하는지를 일반투자자들은 정확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증권업계의 최대 논쟁거리인 경착륙과 연착륙은 다분히 실무적인 개념이다. 경기후퇴-침체-회복-상승 등 전통적인 경기사이클을 설명하는 학문적인 용어가 아니다.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으로 경기사이클의 급변을 줄일 수 있음을 설명하는 시사용어다.

증권업계에선 경착륙을 '2분기 연속해서 전년동기 대비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소 개념을 확장해서 사용한다.

2% 미만의 성장률도 경착륙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모건스탠리가 내년 상반기 미국 GDP성장률을 1.3%로 추정하면서 경착륙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착륙은 잠재성장률에 다소 못미치는 수준에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가 감당할 만큼 성장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된다.

월가전문가들이 추정하는 미국 잠재 GDP성장률은 3.5% 정도.

메릴린치가 내년도 3.25%의 성장률을 주장하면서 연착륙할 것임을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한마디로 안정된 고도로 날던 비행기가 탑승객들(경제주체)에게 별다른 불편을 주지 않고 활주로에 안착하느냐(연착륙) 아니면 탑승객들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요동치면서 착륙하느냐(경착륙)로 경착륙과 연착륙이 구별된다.

정부대응도 연착륙과 경착륙에 따라 현저히 달라진다.

연착륙에 성공하면 금리인하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다시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월가전문가들이 미국 중앙은행인 FRB가 내년 1분기 단기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추정하는 것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되는 시점에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동수 동양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경제가 올해 3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잠재성장률 밑으로 성장하면 90년대 후반들어 누적된 인플레이션 압력요인을 상당부문 해소할 것"이라며 "FRB가 내년 2분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1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경기하락세가 깊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경착륙하게 되면 금리인하정책은 약효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 이코노미스는 "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어가면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재정정책과 통상정책 등 다양한 정책수단이 동원되지만 경기가 회복하는데 적어도 2년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를 경우 한국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는 상당히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경고한다. 국내증시가 한단계 하향조정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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