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성기가 말을 건다면?<팬티 속의 개미>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9시 29분


사내 아이들은 국적과 상관없이 나이가 들면 '오만불손한' 성기의 반란을 경험한다. <로드 트립>은 알 건 다 아는 나이지만 마음대로 성적 욕구를 분출할 수 없는 미국 남자 대학생들의 고민을 말했고, <아메리칸 파이>는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섹스의 신비로움이 있을 거라 믿는 미국 남자 고등학생들의 고민을 말했다.

<팬티 속의 개미>는 그 수위를 조금 낮춰 성에 막 눈을 뜬 '독일 남자 중학생들'의 성적 호기심을 말한다. 딱딱한 독일영화만 보아온 우리에겐 좀 낯설게 느껴질지 몰라도 어쨌든 이 영화는 분명 독일에서 만들어진, 독일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영화의 제목으로 차용된 '팬티 속의 개미'는 완곡한 은유법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만한 직설화법도 드물다. 듣는 순간 느낌이 팍팍 오는 은유법이기 때문. 말하지만 '팬티 속의 개미'는 내 맘과는 상관없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카멜레온 타입의 남성 성기를 지칭한다.

그런데 문제는 성기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아침에 깨어보니 성기가 위로 솟구쳐 있고 모든 여자(심지어는 이모까지도)의 몸이 나체로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순진한 풋내기인 플로리안(토비아스 솅케)은 이런 '사태'를 애써 수습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나에게 여자 맛 좀 보여달라"며 성화를 해대는 '개미(?)'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몸집을 부풀리는 그 놈의 '개미' 때문에 생활이 엉망진창이다.

플로리안은 견디다 못해 부모님의 상담을 받는다. "전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엄마의 충고는 "정말 네가 사랑하는 여자에게만 욕망을 느끼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이때 엄마와 아빠가 해주는 충고는 판이하게 다른데 이는 나이가 들어도 여성은 남성의 몸을, 남성은 여성의 몸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인 듯하다.

엄마의 충고를 받아들인 플로리안은 드디어 한 명의 여성을 타깃으로 정한다. 가슴 빵빵하고 엉덩이도 잘 발달된 섹시한 여자아이 레오니(미나 탄더). 그녀는 성밝힘증이 있다고 소문난 여자다. 아직 한 번도 성적 경험을 해보지 못한 플로리안은 그녀와의 데이트가 두렵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데이트 전까지 인도의 성전(性典) 카마수트라를 탐독하고 속옷 벗기기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 초등학생에서 이제 막 중학생으로 넘어왔을 법한 풋내기 사내아이의 '성생활'치곤 꽤 수위가 높은 셈이다.

솔직하다 못해 과장된 방식으로 독일 사내아이들의 성적 고민을 말하는 이 영화는 황당한 시추에이션 코미디처럼 현실감이 없다. 별로 예쁘지도, 가슴이 발달되지도 못한 여자아이를 사랑하게 된 플로리안이 그녀와 함께 연기하는 영화 속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주인공이 자꾸 바뀌는데 걸작이라고 추켜세우는 사람들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성기가 말을 건다"는 엄청난 과장법으로 시작된 영화답게 끝까지 황당한 설정을 밀고나가는 우직함이 가상할 따름이다.

주요 타깃이 중학생 쯤 될 법한 이 영화는 보수적인 한국의 등급 심사기관에 의해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덕분에 타깃이 불분명해진 이 영화는 과연 우리 나라에서 '누구를 위한 성교육 지침서'로 돌변할지 자못 궁금하다. <팬티 속의 개미>는 독일 청소년들에겐 좋은 성교육 지침서지만, 우리 나라 청소년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독일에서 웨이츠 형제의 <아메리칸 파이> 흥행 기록을 뛰어넘은 이 영화는 플로리안 역을 맡은 토비아스 셍케의 호연 덕분에 그나마 사실감을 확보했다. 그는 독일 최고의 히트작이자 국내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은 <노킹 온 헤븐스 도어>로 데뷔한 배우. 당시 15세의 어린 나이였던 그는 이제 20세의 장성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 영화에서 여전히 15세 어린 아이 같은 모습만 보여준다.

황희연 <동아닷컴 기자> 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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