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 음악뒤집기]'3호선 버터 플라이' 1집,독특한 감성이 살아있다

  • 입력 2000년 12월 10일 13시 51분


90년 중반부터 국내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설명하는 대명사는 바로 '인디 밴드'이다. 비록 주류의 가요시장을 넘어서는 상업성이나 파급력에 미치지 못하지만 서울 홍익대 인근의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은 다양한 음악성과 국내 음악 매니아들의 지지를 얻어냈고, 몇몇 밴드들은 스타 밴드로 거듭나고 있다.

낯선 이름의 신인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는 이런 인디 음악계에서 상당한 활동 경력을 가진 '허클베리핀'과 '99' 그리고 '원더버드'의 멤버들이 만나 결성한 밴드이다. 장난기와 질주하는 사운드가 '크라잉 넛'의 트레이드마크라면 '99'는 실험적인 사운드로 '허클베리핀'은 암울한 감수성으로 음악팬들의 박수를 받았었다. 특히 '99'는 복고적인 록앤롤 사운드들 들려주고 있는 원더버드의 전신이었던 밴드이고, 허클베리핀은 '18일의 수요일' 앨범을 통해 어둡고 탁한 감성을 통해 현대를 살아하는 인간들의 어긋난 단상을 음악으로 들려주기도 했다.

허클베리핀의 남상아, 99의 성기완 그리고 원더버드의 박현준이 만나 결성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데뷔 앨범 'Self-Titled Obsession'은 한편의 추상화를 보는 듯 거칠고 강한 느낌으로 채색되어 있다. 앨범 타이틀이 보여주듯이 일상의 정리된 느낌보다는 인간 내면에 담긴 강박관념들을 '3호선 버터플라이'는 음악으로 표현했다.

90년 초 미국 얼터너티브 밴드들의 음악적인 전신이 되었던 소닉 유스(Sonic Youth)의 음악을 모델로 한 사운드는 잡음들로 가득하고 실험적이다. 앨범 전체를 이끄는 기타의 짓눌린 사운드와 추상적인 이미지의 단어들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거기에 영화 '질주'의 히로인 남상아가 '말해줘봐', '창틀위로 정오같은'에서 들려주는 폭발적이고 중성적인 보이스는 신비적인 느낌마저 자아낸다. 특히 이런 신비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은 '걷기만 하네', '꿈꾸는 나비'등의 곡에서 독백형식으로 써 내려간 성기완의 시적인 가사, 박현준의 앨범전체에서 들려주는 깔끔한 베이스 연주 그리고 상큼한 편곡으로 배가된다.

이외에도 '회전문', '걷기만 하네', '울음고래' 같은 곡들이 수록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앨범은 누구나 느끼고 상상해온 이야기들을 모호하고 실험적인 감성으로 옮겨 놓았다. 하지만 이런 진보적인 요소들이 혹 댄스음악에 익숙한 이들에게 난해한 개성의 결합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 노래듣기

  - 말해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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