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반등장세 다시 올까…98년 가을과 증시환경 비슷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38분


98년 가을과 2000년 겨울.

2년이 넘는 시차가 있지만 증시를 둘러싼 상황이나 주식 투자자들의 체감지수는 엇비슷해 보인다. 경제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짙게 깔려있다는 점이나 지수가 몇 개월간 지루하게 옆걸음질 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98년 가을은 상승장의 전주곡이었다. 10월까지 몇 개월간 300선을 사이에 두고 오르락내리락하던 종합주가지수는 12월까지 2개월간 200포인트 이상 급등하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상 과열’이라는 증시 주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는 올해 초까지 1년 4개월이나 길게 이어졌다.

과연 98년 가을 이후 장세가 재현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글쎄”다.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은 당시와 닮았다. 외환 위기 직후인 98년 초의 초(超)고금리 상황은 정부의 계속된 저금리 정책으로 연말에는 한자릿수에 진입했다. 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갈 곳 모르는 돈이 증시로 몰려 들었고 전형적인 금융 장세가 연출됐다. 지금도 금리가 안정돼 있기는 하지만 양극화되어 있어 기업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 증시가 동조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지금과 비슷하다. 98년 상반기에는 아시아 증시의 불안이 계속되면서 미국 증시 역시 약세 국면을 보였다. 그러나 10월 이후 세계 증시가 동반 급등세를 타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에는 미국의 나스닥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면서 하락폭이 깊어지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금리 인하 시사 발언도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98년 10월7일 그린스펀 의장의 금리 인하 발언에 다우지수가 개장 1시간만에 100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등 미 증시는 폭등세를 연출했다. 2년2개월후 그는 다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나스닥은 사상 최대의 폭등세로 화답했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평가는 확연히 다르다. 올들어 발표된 기업 실적에는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가 정점을 지나 내년에는 둔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98년 당시는 외환 위기를 겪은 후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이었다. 기업 실적은 수출 여건이 개선되며 호전되고 있었다.

SK증권 김대중 연구원은 “흐름상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98년 가을 이후 장세를 재현하기에는 다소 불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면서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려면 구조조정 가속화와 미국 증시의 안정이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8년 가을과 현재 증시 주변 상황비교▼

공통점차이점
-해외 변수 불안
-경제 전반에 걸친 위기감
-구조조정 향방에 촉각
-금리와 환율 안정세
-경기(당시는 상승, 현재는 하강)
-기업 실적(당시는 회복세, 현재는 사상 최대)
-환율(당시는 불안에서 안정으로, 현재는 반대)
-금리(현재는 금리 양극화 심각)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