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김도현/안동 ‘내앞마을’사적 보존해야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9시 08분


안동은 전통문화와 유교문화 경관을 가장 많이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실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항일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이는 전통사상인 유교가 자율적으로 근대적 애국사상으로 발전한 전형적 사례로 매우 뜻이 깊다 하겠다. 세계화의 물결을 맞은 오늘날 주체적인 세계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역사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이같은 유물의 가치는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안동에서 동해안 영덕으로 가는 국도변에 ‘내앞마을’이란 곳이 있다. 하회마을만큼은 유명하지 않지만 이제는 꽤 알려진 유교문화 경관 마을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유교지만 유형적 유산은 서적 같은 전적류 외에는 의외로 적은 것이 현실이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유교문화 경관 마을 정도인데, 사당 서원 정자 묘우와 종가를 중심으로 한 마을이 배산임수의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유교문화 경관은 실상 가장 중요한 전통 유교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지금 내앞마을의 유교문화 경관과 근대 독립운동의 요람인 ‘협동학교’ 부지가 위기에 처해 있다. 협동학교는 1907년 안동 일대의 청년 혁신유림들이 설립한 근대적 중등교육기관으로 전국적인 계몽단체인 신민회와 연결돼 숱한 항일 애국투사를 배출한 곳이다. 3·1운동 이후 일제의 탄압으로 문을 닫았고, 광복 후 협동학교가 있던 내앞마을에 집성촌을 이루고 있던 한 문중이 땅을 국가에 기증해 천전초등학교가 되었다. 이 천전초등학교가 폐교되자 교육청은 폐교 재산을 활용한다고 월 100여만원을 받고 민간인에게 임대해주게 되었다.

협동학교 유적비가 서 있는 이 학교 터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하여 구국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연구결과가 당국에 이미 제출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당국의 인식은 지역 주민들의 안타까움과는 달리 너무 안이해 보인다. 관계기관은 폐교 재산 활용이란 낮은 차원이 아닌, 보다 높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옳지 않을까. 민족의 재산인 유서 깊은 터전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김도현(전 문화체육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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