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판교개발 '10人10色' 양보없는 기싸움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56분


<<판교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방안을 놓고 건설교통부 경기도 성남시가 ‘기(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성남시는 개발부담금과 세수 확보 차원에서 저밀도 주거전용으로, 경기도는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벤처타운 형태로 개발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 여기에 환경단체들은 수도권 과밀억제와 난개발 우려를 이유로 개발 반대 입장을 천명 중이어서 논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건교부▼

겉으로는 침체된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판교 지역을 신도시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 최고 인기 지역인 판교에서 아파트 분양 붐을 일으켜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면 고용 창출 효과도 크고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논리. 이에 따라 저밀도의 전원형 신도시로 개발할 방침. 그러나 판교와 같은 중소 규모 신도시 개발로는 침체된 건설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때문에 건교부가 판교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는 판교 개발로 거둘 수 있는 개발부담금을 용인 등 수도권 남부 지역에 필요한 도로나 철도 건설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회간접자본시설(SOC)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판교에서 나오는 개발부담금 수익 1조원 가량을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고 있는 수도권 남부지역의 교통시설 확충용으로 쓰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고 속셈의 일단을 드러냈다.

▼경기도▼

주거단지보다는 첨단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첨단산업단지로 개발하자고 주장한다.

주거전용 신도시로 개발하면 아파트를 구입한 뒤 내는 취득세와 등록세가 고스란히 기초 지방자치단체(성남시)로 넘어가고 정작 경기도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판교에 주거단지가 들어설 경우 경기도는 인구 집중에 따른 교통 및 교육 문제만 떠안게 돼 득보다는 실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경기도는 성남시가 잡고 있는 주거 및 상업용지 면적을 92만평에서 39만평으로 줄이고 수용예정 인구도 13만8000명에서 5만명으로 축소할 것을 요구하며 성남시가 올린 택지개발지구지정 신청을 거부하고 있다.

▼성남시▼

민원 해결과 세수 확보 차원에서 주거단지 위주의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5년간 토지 이용 규제를 받아온 주민들의 개발 압력이 거센 데다 판교 개발을 통한 지방세 수입을 각종 기반시설 건설비용으로 활용하면 도시 전체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

또 지난해 12월 국토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 나온 ‘판교 개발 계획안’이 판교 개발예정지 280만평 중 92만평만 4만600가구(13만8000명)를 수용하는 배후 주거단지로 조성하고, 나머지 188만평은 벤처기업 유치를 위한 첨단산업용지로 활용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건교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산업시설 신설을 막고 있기 때문에 주거단지 위주의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 및 전문가▼

서울에서 가까운 판교가 개발될 경우 극심한 교통난을 유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우려가 높다는 입장이다.

황희연(黃熙淵)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판교가 서울에서 20㎞밖에 떨어지지 않아 자족적인 도시가 될 수 없다”며 “서울에서 최소한 50㎞이상 떨어진 지역이어야만 자족적인 신도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교를 벤처 단지로 개발하면 서울에서 통근하는 사람이 생겨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극심한 정체를 겪을 것”이라며 “섣불리 개발했다간 개발이익보다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래를 위해서라도 개발유보지로 남겨두자”고 덧붙였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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