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우차 노조의 회사 살리기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56분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용단을 내린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민주노총 계열의 대우차 노조가 인원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에 합의해줌으로써 공기업 구조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차 노조가 내부 반발을 이겨내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공멸하는 길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군산공장 노조는 이미 자구안에 동의했고 사무직 노조 5700여명이 사표를 제출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대우차 노사는 합의문에 노사와 정부, 채권단이 참여하는 4자 합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노조가 감원 규모 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놓은 셈이다. 그러나 이 기구가 구조조정을 늦추거나 대우차 노조가 내린 결단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

한때 청산 위기에 몰렸던 부산 삼성차는 르노가 인수하면서 전 종업원이 일자리를 되찾았고 ‘SM5’의 판매가 급신장했다. 일본에서도 작년 르노에 매각된 닛산은 올해 2조20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차를 자력으로 인수할 만한 국내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 매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종업원 1만여명에 가동률이 40%를 밑도는 부평공장의 인력과 설비를 그대로 놓아두고 어느 외국 기업이 인수를 하겠는가.

세계 자동차 산업은 올해 1800만대 가량의 과잉시설을 안고 있다. 비단 대우차뿐만이 아니라 한국 자동차업계는 세계시장의 대형 메이커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벌이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우차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고임금과 강성 노조 때문에 제조업 꾸리기가 어려운 나라라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인식이 존재한다. 대우차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렵다.

대우차가 국민부담의 공적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서는 안 된다. 대우차 의존도가 높은 지역 경제도 돌아봐야 한다. 부평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수많은 협력업체가 몰려 있는 인천 지방의 경제는 거의 탈진 상태다.

대우차 부평공장이 다시 가동되기 위해서는 신규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다. 채권단은 노조의 회사 살리기 의지를 확인한 후 신속하고도 적절한 지원으로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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