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전자 ,자구책발표해도 매수 신중히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2시 05분


"유동성 확보방안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현대투자신탁증권의 경영정상화 과제가 남아 있어

성급하게 매수에 가담해서는 곤란하다."

내년말까지 3조 5000억원규모의 자금마련과 계열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현대전자 경영정상화방안에 대한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유동성 확보방안에 대해 상이한 시각이 존재한다. 회사측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과 내년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기업에 추가로 어느 기관이 추가 자금을 지원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립한다.

물론 현대상선(9.25%)과 현대중공업(7.01%)의 지분정리를 통한 계열분리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구희진 LG투자증권 반도체업종 애널리스트는 "상선과 중공업의 지분을 제3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내년말까지 만기도래하는 4조 6900억원대의 차입금을 해결하는데 있다.

현대전자는 이날 ▲국내 금융시장에서 원화 신디케이트론 모집(1조원) ▲국내외 자본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1조3천5백억원) ▲해외 매출채권 유동화(4천9백70억원) ▲보유 유가증권 및 투자자산 등의 매각(5천2백50억원) ▲기존 크레디트 라인 (1천4백70억원) 등을 통해 모두 3조 5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다.

구 애널리스트는 "열분리를 전제로 국내금융기관들이 1조원의 신디케이트론을 제공하면 내년 1분기 만기도래하는 1조 16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고 전망했다.

강성일 동원경제연구소 반도체업종 애널리스트도"현대전자의 신용도가 아니라 주간사인 씨티은행을 보도 돈을 빌려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그는 또한 현대전자가 영업활동을 통해 연간 3조원 이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도 자금조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물론 유동성 확보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정재환 마이애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현대전자의 주력인 64 DRAM 가격 약세로 내년에도 영업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국내금융기관들이 선뜻 신디케이트론을 제공할지 의문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8조 2100억원대(9월말 기준)의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에 추가로 1조원 이상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오늘 경영정상화 계획에 언급되지 않은 현대투자신탁증권도 '뜨거운 감자'다.

현대투자신탁증권의 1대주주로서 AIG그룹이 10억달러의 자금을 투자하지 않을 경우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전자의 바람과 달리 단기간에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다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올해 500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전체 매출액의 80%가량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주원인이다.

정보통신(12%) 비메모리(8%) 부문의 경쟁력 열세가 반도체 가격하락 손실을 보전하기 힘들게 하는 영업구조도 부담스럽다고 강 애널리스트는 주장한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할 때 7100원(11시 50분현재)인 주가가 결코 싸지 않다는게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오히려 표면화된 유동성 위기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할 경우 추가하락 가능성이 더 많다고 경고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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