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도교는 우리네 상상력의 '우물'이라네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42분


□도교와 문학 그리고 상상력 / 정재서 지음 / 239쪽 1만5000원 푸른숲

역사 속의 도교를 바라보는 저자의 ‘현재’의 관점은 ‘동아시아의 기층(基層) 문화로서의 도교’이다.

이러한 관점은 역사 속에서는 기저에 깔려 민중의 ‘무의식’을 형성하고, 학문 연구에서는 소홀히 취급되어 온 도교를 그 정당히 자리매김하고 되살리려는 의도 위에 서 있다. 그 정당한 자리매김을 위하여 저자는 한편으로 도교 텍스트에 대한 미시적 연구의 방법에 의존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관점에 서서 바라보는 작전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라는 포괄적인 역사 공간 안에서 유교를 논리, 윤리, 제도, 법을 기초로 한 상위적인 것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다면, 도교는 상상력의 총체요 민중 생활과 밀착된 감정의 산물로서 일종의 하위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과거 유교 중심의 동아시아관을 벗어나 다양한 이해의 관점과 평가의 기준을 제공하는 발상이다.

저자는 우선 도교를 거대한 상상(想像)의 체계로 보고, 그것이 문학과 문학 이론을 통하여 어떤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그 결과 서양과는 다른 동아시아 고유의 문학 세계를 구축하였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저자는 자신의 연구의 본령인 문학의 측면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태평경’과 ‘포박자’에 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하여 그 경전의 역사적인 문맥이 다른 여러 사상들(왕충의 실증주의, 조비의 문기론, 유협의 문심조룡, 종영의 시품 등)과 어떻게 만나고 얽히는가를 명쾌히 밝히면서, 마침내 미학의 영역으로 들어가 그들 문학 이론의 정체를 밝힌다.

그리하여 예컨대 갈홍(葛洪)의 문학론은 ‘내용성의 전제 위에 형식미를 추구하고, 내용과 형식이 겸비했다는 점에서 이상화된 문학을 당시 문학의 커다란 제약 조건이었던 덕행과 동등시함으로써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향상된 문학 인식을 보여주었다’고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텍스트의 원문에서 논리의 부정합을 발견하고 후세 연구자의 논저에서 모순을 지적해낼 정도로 저자는 치밀하다. 동서양 이상향의 사상을 비교 분석하기도 하고 동아시아의 기층문화의 하나로서 파룬궁(法輪功)을 언급하기도 하는 저자는 도교의 모든 것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그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도교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그 의미가 현대적 관점에서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도교를 바라보는 저자의 가장 신선한 시각은 역시 동아시아적 상상력의 원천으로 보고자 하는 발상이고, 허구의 예술에 대한 주목일 것이다. 저서 속에 보이는 갖가지 그림 등의 시각 자료는 장차의 도교의 연구 과제가 문학의 영역을 넘어 이미지의 세계로 지향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의 이러한 연구 업적은 차후의 그같은 과제에 대해 견인차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박 낙 규(서울대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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