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시내버스 안내판 엉망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37분


3일 오전 0시40분경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김현호씨(45·서울 성북구 장위동)는 답십리 종합시장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731번 좌석버스(상계동∼반포동 고속터미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버스 표지판에 ‘기점 기준:첫차 오전 4시반, 막차 오전 1시’로 적혀 있어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 막차가 끊긴 것을 알았다. 그는 기점이 어디인지, 막차가 오전 1시에 어디서 출발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오전 1시 반포동 고속터미널을 떠난다는 말인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이럴 바에야 차라리 안내판이 없는 편이 낫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추운 날씨에 10분 정도 기다리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야 했다. 김씨가 기다렸던 정류장 맞은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맞은편 버스정류장 안내판에는 같은 버스의 운행시간이 ‘기점 기준 막차는 오전 1시’라고 돼 있지만 오후 10시50분이면 벌써 버스 운행이 끊겨버린다. 해당 회사측은 “기점은 버스가 출발해 되돌아오는 곳”이라며 “오후 10시20분 상계동 버스 종점을 떠나 다시 상계동에 들어오는 막차 시간이 오전 1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민들의 발인 시내버스의 안내판 운영이 엉망이다. 승객들의 운행 편의를 제공한다는 정보라는 것이 고작 ‘뜻 모를’ 기점 출발 및 도착 시간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버스회사측은 버스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배차시간 준수 등 서비스 향상을 내걸고 있지만 여전히 서비스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버스 운전사들도 “시내버스의 막차 시간은 실제로 안 믿는 것이 낫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따라 해당 역 통과시간을 기준으로 정확히 배차하는 지하철 정도의 수준을 당장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배차시간을 잘 지킨다면 버스정류소별 통과 시간대 정도는 명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 용인시 수지읍에 살고 있는 김준영씨(26·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도 “광화문에서 분당으로 가는 좌석버스(1005―1) 막차를 타기 위해 기점 기준으로 시간을 따져 나갔지만 계산을 잘못해서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택시를 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최소한 막차라도 시간을 제대로 맞춰 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시내버스의 기점 시간을 차고지 출발시간으로 맞추도록 지시를 내렸지만 아직 표지판 등의 교체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을 겪는 곳이 적잖다”며 “내년부터 위성 교통안내시스템인 지리정보화(GIS)사업이 본격화되면 각 버스 정류장에 버스의 도착 시간과 막차 시간이 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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