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세상승 랠리' 다시 한번?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02분


대대적인 퇴출기업 발표를 목전에 두고도 주가가 3일째 올랐다. 시장이 구조조정을 얼마나 갈망해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98년 6월 1차 퇴출기업 발표 이후 전개된 ‘대세상승 랠리’가 지금 시점에서도 가능할까. 분명한 사실은 98년과 2000년은 주식시장 주변 여건이 다르다는 것. 그럼에도 상승랠리에 대한 희망은 남는다.

▽98년과 2000년 퇴출의 의미〓98년 6월의 퇴출기업 발표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중론. 당시엔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없이 대규모 환차손과 고금리로 기업경영 여건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던 상황이었다.

2000년 11월의 기업퇴출은 ‘생존가능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구분되는 극단적인 차별화장세’에서 강행된다는 점에서 98년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98년 10월 이후 경기회복의 과정에서도 부채를 줄이지 못하고, 영업경쟁력을 상실한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게 이번 퇴출작업의 목표라는 얘기다.

▽퇴출이후 상승랠리는 희망사항?〓98년과 2000년의 증시 주변여건을 비교하면 이번 퇴출발표 이후의 주식시장 밑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우선 98년은 전세계적인 저금리추세와 안정적인 원자재가격을 기반으로 경기가 가파른 상승국면으로 진입하던 시기. 주식시장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도 상승랠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0년 11월의 증시여건은 98년과는 거의 정반대의 악조건이 골고루 포진한 상태. 미국이 6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결과, 급격한 경기둔화 양상을 보이고 원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은 얼마전까지 폭등했다. 이 여파로 우리는 수출둔화 및 외국인자금의 이탈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하는 B급기업 때문에 자금시장이 꼬이고 은행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생존가능한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기능을 복원하기 위해선 부실기업의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98년이 바닥을 치고 불마켓(bull market·상승장)으로 들어가는 국면이라면, 지금은 베어 마켓(bear market·약세장)에서의 제한적인 반등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강도높은 기업퇴출이 강구된다면〓마이애셋 최남철상무는 “현대건설의 1차부도 쇼크에도 불구하고 지수 500선은 무난히 방어했으며 이로써 바닥은 굳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강도 높은 기업퇴출이 발표된다면 650선 돌파 시도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이상의 상승은 △미국의 금리인하 △금융구조조정의 순항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 등 추가적인 호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

세종증권 윤재현연구원은 “부실기업 퇴출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은 퇴출직전까지의 불확실성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지, 퇴출이 완료된 후에는 오히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주가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올해의 마지막 ‘수익사냥’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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