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경협 투명성이 없다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55분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부처간의 손발이 맞지 않아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북정책의 최고 결정기관으로는 통일, 외교통상, 국방부장관과 국정원장 등이 참석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있어 대개 주1회정도 모임을 갖고 있으나 부처간의 정보교환 및 업무협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사업은 어디서 어떻게, 무슨 원칙과 기준으로 결정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박재규(朴在圭)통일부 장관이 그저께 한 대학 연구원 모임에서 밝힌 사리원 자동차공장 건설에 대한 업계측의 반응이나 북한에 보내기로 한 겨울 내의 450억원어치가 창고에 쌓여 있다는 보도를 보면 더욱 그같은 의문을 갖게 된다.

박장관은 사리원부근 40만평 부지에 국내기업이 자동차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것을 개인적인 채널을 통해 전해들었다고 말했지만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국내 기업들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대북 경협사업을 최종 조율, 승인하고 있는 통일부의 실무자조차 “국내자동차 업체 관계자들이 사리원지역 현장조사를 위해 방북을 신청한 사실은 없다”고 하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헷갈린다.

그렇다면 장관은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했는가. 개인적인 채널을 통해 전해들었다고 하지만 그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대북경협사업의 주무부처 장관이 그 큰 사업계획을 그렇게 전해만 들을 일인가. 더욱이 전해들은 것만 가지고 공개석상에서 공표하는 자세도 이해할 수 없다.

‘겨울내의’문제도 따지고 보면 무질서한 대북 경협사업의 한 단면을 보인 것이라는 의혹을 살 만하다. 업계측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창구가 되어 시작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전경련측은 이미 검토단계에서 무산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업계가 그처럼 ‘엉성한’ 상황판단을 전제로 450억원어치나 되는 내의를 생산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확실한 언질을 받은 일인데 도중에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어떻든 그 바람에 수백명의 영세 하청업자들만 큰 피해를 보게 됐으니, 진상이 분명히 밝혀지고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부주변에서는 대북경협사업에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로 대북정책의 표면에 나서고 있는 통일부와 실질적 비공식적 접촉을 전담하고 있는 국정원간의 갈등을 예로 든다. 실제로 통일부 내에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데 대한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고 한다.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부처간의 협력과 조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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