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성적내는 외국감독은 '족집게 진단' '칼날 처방'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30분


98프랑스월드컵축구 우승컵을 따낸 에메 자케 전 프랑스대표팀 감독과 2000아시안컵축구 우승을 바라보고 있는 필립 트루시에 일본대표팀 감독은 같은 프랑스인이라는 점 외에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맡은 팀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맞는 확실한 처방전을 내놓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자케감독은 프랑스가 94미국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어려운 시기에 사령탑에 올랐다. 그가 내놓은 처방은 수비 안정과 함께 지단, 조르카에프 더블 플레이메이커 체제 확립이었다. 체격이 열세인 프랑스가 거친 유럽 축구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조직력이 최선이라는 생각이었다.

트루시에 감독도 마찬가지. 그는 지난해 일본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이후 골 결정력 부족 문제로 줄곧 일본 축구협회와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그럴 때마다 “아시아인의 신체 조건상 독일식의 폭발력이나 남미식의 화려한 개인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축구는 같은 신체조건의 아시아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유기적인 패스를 앞세운 조직력밖에 없다”고 버텼다.

프랑스는 이후 상황이 변할 때마다 시의적절하게 내놓는 자케감독의 처방에 힘입어 98월드컵과 올 유럽선수권을 제패했다.

일본은 아시아 무대를 뛰어넘는 강팀으로 거듭났다. 일자형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간의 거리를 항상 5m이내로 유지하며 정확한 패스로 상대를 몰아가는 전술은 상대적으로 힘을 덜 들이고도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동시에 최전방 공격수에게 완벽한 슈팅 찬스를 끊임없이 제공해 우려했던 골 결정력까지 해소한 것이다.

두 프랑스인 감독이 ‘철학’에 따라 팀을 만들어 갔다면 북유럽의 강호 네덜란드 후스 히딩크 전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을 100% 이끌어내는 ‘용병술의 귀재’. 그는 96유럽선수권 직후 선수 파동으로 팀이 붕괴위기에 처했을 때 아약스 소속 선수 대신 PSV아인트호벤 소속 선수 위주로 대대적인 대표팀 개편을 단행했다. 동시에 그가 취한 것은 일명 ‘PSV 시스템’으로 불리던 3―4―3 포메이션 채택. 아약스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릴 때 유지하던 4―4―2를 과감히 버리고 선수들의 ‘눈높이’에 팀 시스템은 물론 전술을 맞춰 단기간에 전력 강화를 이뤘다.

이렇듯 태풍을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한 배는 선장의 역량에 따라 살아남을 수도 있다.

과연 ‘한국 축구호’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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