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of the week]어둠 속의 댄서, Bjork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0시 01분


◇ 누구도 닮지 않은 얼굴을 닮은 음악

영화 [어둠 속의 댄서]는 아직 국내 개봉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적잖은 주목을 받고 있다. 깐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그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음악팬들에게 더욱 남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라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비요크(Bjork Gudmundsdottir)가 영화음악과 더불어 주연까지 맡아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어둠 속의 댄서]의 백미는 단연 독특한 춤과 음악의 만남이다. 그리고 그 음악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이슬랜드의 국보이자 일렉트로니카 디바 비요크. 그녀는 깐느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할 정도로 영화 속의 배역 '셀마'를 훌륭히 소화해 낸 것은 물론이거니와 영화 속에 흐르는 그녀만의 독특한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색다르고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전에도 비요크는 [탱크걸](95)이나 [미션 임파서블](96), [존 말코비치 되기](99)와 같은 영화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바 있지만 전적으로 앨범 전체의 스코어를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그녀의 음악을 토대로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상당 부분을 뮤지컬 환타지 장면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어둠 속의 댄서]는 비요크의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주연까지 맡은 데다, 감독이라도 된 양 자신의 의도대로 장면이 연출되지 않으면 촬영을 중단하는 과감성(?)을 보여주었다는 후문이 들리기도.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가 영화계에서 소문난 독특한 감독임에는 틀림없지만 비요크 역시 그에 필적할 만한 인물인 것.

비요크는 포티쉐드(Portishead)의 베쓰 기븐스(Beth Gibbons), 에브리씽 벗 더 걸(Everything But The Girl)의 트레이시 쏜(Tracy Thorn), 그리고 베쓰 오튼(Beth Orton)과 같은 여성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중 가장 독보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처음부터 일렉트로닉 음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니다. 솔로 앨범을 발표하기 이전 그녀는 6년간 아이슬랜드의 아방가르드 팝밴드 슈가큐브스(The Sugarcubes)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그녀가 거쳐온 여러 밴드 중에는 드러머로 활동한 스핏 앤 스낫(Spit & Snot)이란 펑크 밴드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 경력은 그보다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단 11살의 나이에 그녀는 셀프타이틀 데뷔작을 발표했던 것.

그리고 그녀의 또 다른 데뷔작 [Debut](93년)는 슈가큐브스가 해체되면서 발표됐다. 클럽댄스를 바탕으로 다분히 하우스의 요소를 담아내고 있는 그녀의 솔로 데뷔작은 인더스트리얼에서 재즈까지 넘나드는 포괄적인 사운드를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앨범 [Post](95)는 보다 실험성이 농후한 앨범으로 전작의 분위기를 주도하던 댄스 비트가 현저히 감소하고 엠비언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드러나는 작품. 즉, [Debut]를 단순한 댄스음악으로 치부할 수 없도록 만들었던 독특한 분위기의 실험적인 요소들이 두 번째 앨범에서 보다 전면적으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녀의 다채로운 음악적 욕심도 이 앨범에서 더욱 잘 드러나는데, 전작에서 슬며시 비춰졌던 재즈적인 뉘앙스가 [Post]의 'It's Oh So Quiet'에서는 그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또한 곳곳에서 현악 세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클래시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전작들에서 보여온 일렉트로닉에 대한 비요크의 관심이 결정적으로 드러난 앨범은 네 번째 앨범 [Homogenic]이다. 이 앨범은 포티쉐드와도 비교되기 쉬운 트립합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완연한 일렉트로니카 앨범이다. 즉, 전작들이 어느 정도 밝은 느낌의 비트와 멜로디를 띠고 있다면 [Homogenic]은 음습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러한 그녀의 음악은 소녀와 마녀의 이미지를 동시에 품고 있는 자신의 얼굴과 너무도 닮아있다. 내성적이고 금방이라도 깨어질 듯한 감수성 속에서도 남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

비요크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는 데는 뮤직 비디오가 가장 효과적이다. 지난 9월 7일에 열였던 MTV 뮤직 비디오 시상식에서 '특수효과상'을 수상한 'All Is Full Of Love'의 기괴한 비디오만도 그렇다. 그녀에게 뮤직 비디오는 단지 앨범을 팔기 위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음악을 이해하는 가장 유효 적절한 매개체로 보인다. 사이버 인간과의 사랑을 다룬 'All Is Full Of Love'나 비요크가 반인반물로 등장하는 'Hunter', 악어 속에서 떠다니는 'AlarmCall' 등이 그러하다. (이 비디오는 그녀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It's So Quit'의 뮤직 비디오를 보고 난 후 비요크에게 출연 제의를 한 것 역시 이와 상통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어둠 속의 댄서]의 사운드트랙이자 자신의 다섯 번째 앨범으로 발표한 [Slmasongs]는 비요크가 영화음악가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여느 뮤지컬 영화답지 않게 비요크는 자신의 이력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 일렉트로닉과 실험적인 사운드들, 그리고 클래식을 결합하고 있다. 완연히 클래시컬한 '서곡(Overture)'에서부터 브로드웨이풍의 뮤지컬 'Cvalda', 현악 세션과 드럼 앤 베이스가 결합된 'I've Seen It All' 등, [Selmasongs]는 전반적으로 클래식과 일렉트로닉한 사운드가 결합된 독특한 음악으로 가득차다.

물론 그녀의 자유분방한 보컬도 여전하다. [Selmasongs]가 아닌 영화 속 '셀마'의 비요크가 더욱 주목받는 감은 없지 않지만 이 앨범은 영화음악가로서 그녀의 남다른 애정이 담긴 특별한 앨범일 것이다.

영화 [어둠 속의 댄서]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노래하는 '셀마'는 현실의 비요크와 닮은 꼴처럼 보인다. 적어도 음악에서만큼 비요크 역시 자신의 꿈, 자기주장을 잃지 않아왔다.

일렉트로니카의 디바라는 호칭에 걸맞게 그녀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카리스마로 20년이 넘는 음악 생활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그녀의 조그만 얼굴에 담겨져 있는 듯하다. 누구도 닮지 않은 그 얼굴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조은미 jamogue@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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