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상승 모멘텀 부족…통신 은행주 기대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7시 33분


종합주가지수가 이번주들어 단기 바닥을 확인한 뒤 횡보 국면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그러나 미국 나스닥이나 반도체 주가, 중동사태로 인한 고유가 충격 등 해외 불안요인이 여전히 남아있고 국내적으로도 경기둔화와 구조조정, 한국디지털라인 부도 등 주변 여건과 수급이 좋지 않아 상승모멘텀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 외국인 선물매매에 따른 변동성 확대

지난주말 이후 미국 나스닥시장이 3000포인트대가 지지되면서 상대적인 안정을 찾아가는 것과는 달리 나스닥선물 지수의 등락과 함께 외국인들의 국내 선물시장에 대한 매매패턴이 단기 투기화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기본적인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는 기술적 반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외국인들의 단기 투기적인 선물매매에 따라 선물저평가와 고평가가 하루만에 뒤바뀌면서 증시가 방향성 없이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어제는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3800계약의 대량 순매수를 보이면서 선물고평가에 따라 기관들의 프로그램 매수가 장을 받친 반면 오늘은 반대로 외국인들이 하룻만에 선물 순매도를 2000계약 가량 출회하자 다른 요인 없이 프로그램 매물이 12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수를 압박했다.

삼성증권의 김도현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매가 베이시스에 연동되기보다는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 따른 단타성 거래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단기 투기거래로 임해 선물시장의 변동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현물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 단기 바닥권 인식 확산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8일 기록한 연중최저치(485.00)가 일단 단기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증시전문가들은 말한다.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는 18일 이래 6거래일 동안 나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상승세는 미국 나스닥 시장이 지난주 후반 급반등한 뒤 3000포인트대의 지지선이 일단 확보됐고, 이후 하루 2% 이하로 변동성이 축소된 데 따른 영향과 중동사태가 아직 돌출하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네오머니에셋의 안종훈 팀장은 “해외 악재가 돌출될 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국내 증시는 지수 500선에서 다소 안정을 찾아가면서 매물소화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들의 선물 투기거래로 변동성이 커지지만 선물은 60∼70선, 지수는 500∼560선대에서 일단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오현석 연구원은 “바닥권 확인 뒤 기술적 반등국면으로 볼 때 현재 564에 걸쳐 있는 20일 이동평균선대의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20일선을 뚫으면 620선까지 보이지만 상승모멘텀이 없어 혼조국면 속에서 종목별로 빠른 단기 순환매 장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및 통신주 기대감 높아져

증시전문가들은 상승모멘텀 부족과 개별 종목장세, 박스권 장세에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업종별로는 반도체 관련주보다는 통신주와 은행주에 대해 조심스레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식은 저가인식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비중이 여전히 높고, 4/4분기 반도체 경기 둔화 전망에다가 지수관련 대형주로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SK텔레콤을 비롯해 한국통신, 한통엠닷컴과 한통프리텔, LG텔레콤 등 통신주들은 대형주라는 부담이 있으나 중국 CDMA 시장 진출 기대감과 함께 이달말 IMT-2000 사업계획서 제출 등의 재료를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실적호전과 함께 선조정 완료 등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국내에서도 SK텔레콤 등이 단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하면서 저가메리트로 외국인 매수세도 유입되는 모습.

동원증권 사당지점의 이대호 차장은 “반도체의 경우 외국인의 영향력이 여전하고 챠트도 망가진 상태”라면서 “반도체주식보다는 선조정이 됐고 IMT-2000 사업자 선정 등 재료가 있는 통신주가 상승여력이 있고 지수영향면에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비동기식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업자 선정이 될 경우 NTT-도코모 외자유치건도 재추진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는 게 종목분석가들의 시각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로 부상한 것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 은행주 상승, 증시회복의 전제조건은 확실한 구조조정 추진

증시전문가들은 은행주에 대해 ‘낙관적이지만은 않지만’이라는 전제 속에서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11월 장에서 뭔가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동안 시장이 망가지면서 정부가 기업과 은행 구조조정 마무리에 좀더 적극적으로 변했고 해외전문가들도 ‘구조조정이 제대로 된다면’이라는 단서 속에서 한국증시에 대해 ‘비중 확대’를 권고하거나 ‘은행주 추천’을 내놓고 있는 것도 한 예이다.

삼성증권의 김도현 선임연구원은 “금융주도 낙폭이 과다했지만 최근 급락 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빠지지 않는 하방경직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금융주에 대한 국내외 투자가들의 관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미국 뮤추얼펀드의 만기물량 축소 등으로 미국 시장이 다소 안정되고 이에 따라 11월 장세가 국내 구조조정과 함께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조심스레 피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 둔화와 미국 반도체 등 기술주들의 조정국면 지속, 중동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 등 경제펀더멘털이 악화되고 국내 경기여건도 둔화쪽으로 기울고 있는 만큼 추세적인 상승세를 타기보다는 기간조정 과정에서 반등국면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기간조정 내부의 반등국면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내 구조조정이 확실히 추진되야 한다는 것이고 구조조정은 증시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내 경기경착륙과 신용경색을 막는 최선의 정책이라는 게 공통된 견해이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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