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현대문제처리가 향후 증시방향을 좌우"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7시 22분


'죽었던 것으로 믿었던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라는 망령이 되살아난 하루였다.'

시가총액 6위(4조 7081억원)인 현대전자를 비롯해서 증권 건설 고려산업개발 등 현대그룹 주요계열사가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국내증시를 '노벨상 수상 이전 주가'로 되돌려 놓았다.

증시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이하 지수)가 512.85포인트(-37.25포인트)로 마감하자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전까지 국내증시가 외부악재를 흡수하기 힘들 것이라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저점인 498.56포인트(10월 13일)을 하향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날 지수하락은 3분기 영업실적이 시장기대치 보다 못미치고 DRAM현물가격이 생산원가 수준으로 떨어져 4분기이후 수익악화가 우려된다는 국내외 증권사의 분석이 나오면서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현대전자가 주도했다. DRAM 가격하락으로 외국인 매도공세에 시달리던 현대전자는 설상가상 AIG그룹에서 외자를 유치하는 것이 순조롭지 않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1만원대 밑으로 추락했다.

현대전자의 주가가 DRAM가격 하락이라는 외부변수에 의해 약세를 보이는 반면 현대건설은 '유동성 부족'이란 내부요인에 의해 '1천원대 주식'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광화문 사옥 매각이외에 구체적으로 진행된 자구책이 없어 현대건설이 오늘 발표한 자구방안에 대해서도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오늘 발표된 자구안은 보유중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지분을 각각 중공업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에게 매각하겠다는 내용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쟈딘 플레밍증권처럼 '이번이 부실기업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하는 외국계증권사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현대건설에 대해 보다 명확한 처리방침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한다.

워크아웃이든 법정관리든 현대건설에 대해 구체적인 처리방침을 밝혀야 구조조정지연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재환 마이애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지금까지 발표된 현대건설의 자구책은 모두 구두선으로 끝났기 때문에 오늘 발표된 내용은 시기를 상실했다고 본다"며 평가절하했다.

이전에 약속했던 3부자 동시퇴진 등 지배구조개선과 주요계열사 매각 등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상돈 한가람투자자문 상무이사는 "현대건설이 자생력을 갖추고 있는지 냉철히 판단해서 시장논리대로 처리해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 이상 현대건설에 대한 처리를 늦추다가는 기업은 '제2의 대우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5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은행권의 무수익자산을 해소하기 힘들다고 경고한다.

김정기 코스모투자자문 주식운용담당 이사도 "반도체가격하락과 국제원유가 상승 등 외부악재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내부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현시점에서 기업지배구조의 상징인 현대건설에 대해 시장이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증시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이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건설에 대한 정부의 신속하고 근본적인 조치가 있어야 외국인들이 탈한국 러시를 그나마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건설로 상징되는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에 모든 시장참가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라고 김이사는 강조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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