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융종합과세 대비 자금이 보험사로 간 까닭은…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8시 40분


‘은행보단 보험사.’

내년부터 다시 도입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앞두고 은행과 보험사의 ‘전초전’에서 보험사가 은행을 앞지르고 있다.

보험사의 장기저축성보험(만기 5년 이상)이 은행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비해 개발한 ‘분리과세상품’의 실적을 크게 앞서고 있다. 분리과세상품은 이자소득의 33%(주민세포함)를 세금으로 내야하지만 장기저축성보험은 비과세라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기 때문. 게다가 은행권이 금리를 줄줄이 낮추면서 이전엔 은행상품에 비해 이자가 적었던 보험사상품이 오히려 은행상품보다 더 이자가 많다.

▽보험사실적은 쑥쑥〓올들어 각 은행이 재판매한 분리과세상품 성적은 아직은 미미하다.

은행권 중 가장 자금이 많이 몰린 국민은행 ‘빅맨골드예금’의 9월말 현재 수신고는 1827억원. 6월부터 판매한 약 4개월 동안의 실적이다. 한빛은행의 ‘골드옵션정기예금’은 6∼9월 수신고가 829억원, 신한은행 ‘세테크예금’도 7∼9월의 수신고가 596억원에 불과하다. 신탁계정이 만기, 투자자산 등을 선택할 수 있어 조금 낫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표 참조).

이에 비해 삼성 교보 대한 등 생명보험사는 몰리는 자금을 주체할 수 없는 정도. 삼성생명 장기저축성보험의 9월 한달 동안의 수신고는 1175억원. 올 4월엔 553억원에 불과했다. 교보생명도 9월 한달동안 3183억원의 보험료를 거둬들여 지난 4월의 1418억원보다 2배 이상 급증세다. 대한생명도 마찬가지.

특히 1억원 이상의 거액 일시납도 증가추세로 대한생명은 116건(99년12월말, 3월말)→158건(6월말)→186건(8월말)로 지난해말 대비 60%나 들었다. 교보생명의 한 관계자는 “1억원 이상 가입건이 올들어 월평균 600여건”이라고 말했다.

▽장기저축성보험 VS 분리과세상품〓보험사 상품은 보장성인데다 운용수익에서 보험사 사업비 등이 제외되기 때문에 금리가 은행의 저축상품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실정이 달라졌다.

실제 C은행의 분리과세 정기예금의 경우 금리는 연 7.8%+가산금리(예치금액에 따라 0.2∼0.4%). 매년 금리가 달라지지만 현재 금리가 5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고 1억원을 5년간 예치해 분리과세를 선택하면 세후 이자가 약 3053만원. 종합과세를 선택하면 3805만원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무배당슈퍼재테크보험의 이자는 3758만원, 교보생명 21세기넘버원저축보험은 3914만원, 대한생명의 브라보Ⅱ저축보험은 3463만원이다. 단, 보험상품은 1∼6개월 단위로 금리가 변동되는 게 흠. 또 비과세지만 중복가입이 가능하고 가입 한도 제한도 없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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