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주부 김정은씨의 주말농장 '예찬론'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46분


출판사에 근무하는 주부 김정은씨(35·서울 양천구 목동)는 요즘 주말이 기다려진다. 올 4월 양천구에서 임차한 텃밭 가꾸는 재미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농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미처 몰랐어요. 풀 뽑고 물 주는 일도 즐겁지만 채소가 1주일마다 훌쩍훌쩍 자라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한지…. 온갖 스트레스가 다 씻겨지더라고요.”

5평 남짓한 밭에서 지난 봄 여름 동안 거둬 들인 채소로 식탁을 풍성하게 할 수 있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특히 음식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요즘 직접 안전하게 키운 농산물을 먹는 기쁨은 더 크다. “농약 걱정없이 직접 기른 상추, 배추, 무를 거둬 배추김치 총각김치도 담가 먹고 애들 간식도 만들어 줄 때는 가슴 뿌듯했어요.” 요즘은 김장할 때 쓸 배추를 가꾸느라 바쁘다.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이후부터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 한 번 제대로 마주치기 힘들던 남편과도 자연스럽게 대화거리를 만들 수 있었다. 텃밭 가꾸기에 재미를 붙인 남편 김재환씨(35)는 주말이면 외출을 삼가고 아이들과 밭에서 몇 시간씩 매달린다.

이웃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 “남는 채소를 이웃집에 나눠주기도 하고 이웃한 텃밭에서 자란 딸기며 토마토를 얻어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운 이웃끼리 친해져요. 삭막한 아파트 생활에서 이보다 더 큰 소득이 어디 있겠어요.”

김씨처럼 서울 도심에서 텃밭을 가꾸며 ‘땀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에서 텃밭 가꾸기가 가능한 주말농장의 현황을 알아본다.

▽현황〓대부분 각 구청들이 매각하지 못해 방치한 땅이나 개인 소유 농장을 빌려 텃밭으로 조성, 임대한다. 임대계약 시기는 거의 매년 3월경. 구청별로 신청을 받아 추첨이나 선착순 방식으로 임차인이 결정된다.

양천구의 경우 목동 신시가지 안에 있는 도시개발공사 소유 미매각 토지 1만여평을 텃밭으로 만들어 구민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신트리 지역 383구획, 신정 7동사무소 옆 350구획, 계남공원지역 414구획 등 모두 1525구획이다.

1년간 사용할 수 있으며 임대료는 1만원이다. 중랑구는 신내동에 ‘먹골배 농장’을 마련, 임차인들에게 배나무 한 그루씩을 배정하고 있다. 연간 임대료는 9만원. 중랑구는 15일 수확 품평회를 열어 배나무를 잘 기른 주민들에게 상품도 증정할 예정이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텃밭을 주는 경우도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3차 대우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주민들이 공동으로 채소를 가꿀 수 있는 텃밭을 주었다. 규모는 10평으로 150가구의 입주민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비용〓임대료는 연간 1만∼9만원선. 개인토지(6만∼9만원)가 구청(1만∼3만원)보다 비싸다. 모종은 100∼250원, 퇴비는 1포당 2500원 수준. 따라서 5평 기준으로 3만∼4만원(임대료 제외)이면 4인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채소 재배가 가능하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