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일본내 한국어 교육실태

  • 입력 2000년 10월 8일 18시 52분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는 지난달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어를 늦어도 2003학년도 대학입시센터시험(한국의 수능시험격)의 외국어 과목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제2외국어를 따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는 현재의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이어 ‘제5의 수험외국어’가 된다. 한글날을 맞아 일본내 한국어 교육실태를 알아본다.

▽불균형적인 상대국 언어학습〓98년 일본 국제교류기금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은 212만여명(독학자 제외). 이중 1위는 한국으로 94만8000여명(45.1%)이며 73만여명이 초중고교생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극히 적다. 일본의 재단법인 국제문화포럼의 97, 98년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거나 과거에 가르쳤던 고교, 앞으로 가르치려는 고교는 165개교로 전체 고교의 3%였다. 학생은 전체 고교생의 0.09%인 3929명에 불과했다.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로는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이어 4번째다.

▽다양한 강좌이름〓‘한글’ ‘한국어’ ‘조선어’ ‘한국 조선어’ ‘조선 한국어’ 등 다양하다. 재일동포들이 한국과 북한 국적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부성이 대입센터시험의 ‘한국어’ 과목명을 어떻게 정할지도 관심거리다.

▽학교 이외의 한국어 교육〓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어학원인 ‘노바’나 ‘지오스’에는 한국어 강좌가 없다. 따라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일반인들은 몇 명씩 그룹을 만들어 재일동포나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배우는 경우가 많다. 최근 ‘안녕하세요 한국’ 등 책 제목에 한국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조금씩 눈에 띄고 있다. TV에서도 한국어 인사말 정도는 그대로 통용된다.

▽한국어 능력시험〓한국교육재단은 일본에서 매년 한국어능력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가장 낮은 1급부터 6급까지 있다. 15일에 실시되는 제4회 시험에는 2237명이 응시한다. 78%가 일본인이다. 1회(97년) 1529명, 2회(98년) 1515명, 3회(99년) 1428명보다 응시자가 조금 늘었다.

일본 고교생의 영어 이외 외국어 학습현황

-중국어프랑스어독일어한국어스페인어러시아어기타합계
학교수30319197103682680921
이수자15,3909,1874,7673,9262,23681939536,723

▼서재회 주일대사관 수석교육관 인터뷰▼

“앞으로 한국어학습 희망자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기회에 한국어가 뿌리를 내리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재회(徐在會·사진)주일대사관 수석교육관은 “최근 일본 학교로부터 한국어교육을 하려는데 도와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한국어의 대입과목 채택은 재일동포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대입시험에 한국어를 넣으려는 움직임은 97년경부터 시작됐다. 3월 문용린(文龍鱗) 당시 교육부장관이 전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당시 일본 문부상에게 요청함으로써 공식화됐다. 모리 총리가 이번에 이를 수용한 것은 한국의 일본대중문화개방에 대한 보답의 의미도 있다. 현재 일본 내 한국교육원은 18개(분원 4개 포함). 70년대의 42개에 비해 크게 줄었다. 서 교육관은 “한국어에 대한 수요증가는 한국교육원 보강과 좋은 한국어교재 개발, 유능한 한국어교사 양성 등의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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