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천쌀 밥은 기름기가 자르르…"

  • 입력 2000년 10월 2일 19시 04분


“밥알이 희다 못해 푸른 기가 돌고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게 진짜 이천쌀입니다.”

40여년간 이천쌀 농사만 지어온 ‘경기도쌀연구회’ 회장 조윤종씨(57·이천시 백사면 모전리)는 이천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올해도 몇 차례 폭우와 태풍이 지나가면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누렇게 변한 들녘을 바라보는 그의 가슴은 한껏 부풀어오른다. 그는 “3만평의 논에서 올해 쌀 450가마 정도를 수확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최고의 쌀을 생산해낸다는 자부심에서 정성을 다 기울여 쌀을 재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천쌀의 과학적 분석〓우리나라 쌀의 대명사 이천쌀의 우수성은 최근 건국대 김광호 교수팀의 연구결과에서도 입증됐다. 조선시대 임금에게 바쳐진 진상미로 알려진 이천쌀은 그동안 높은 명성을 유지해왔지만 과학적으로 왜 좋은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김교수팀의 연구결과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천지역 논의 비옥도는 높지 않아 적당한 비료를 통해 양질미가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교수는 “비옥한 땅은 유기물과 질소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작물의 성장과 소출에는 좋지만 쌀밥의 맛을 내는 데는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즉 비옥토에서 나는 쌀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탄수화물이 적어 밥을 지으면 딱딱하다는 것. 또 이천이 기온의 일교차가 크고 일조시간이 많아 벼의 생육에 적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교수는 “이천쌀은 알칼리에서 잘 붕괴되어 소화흡수 및 취사시 뜸드는 정도가 양호하고 밥의 찰기를 떨어뜨리는 아밀로오스 함량(17.2∼19.7%)이 낮아 양질미 허용범위 내의 이화학적 특성을 보여 밥맛이 좋은 쌀임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천쌀의 유래〓조선시대 여러 농서(農書)에서 ‘자채(自蔡)벼’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서유구가 저술한 ‘행포지’에는 ‘여주 이천에서 생산한 쌀이 좋다’는 구절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조선 성종이 세종의 능에 성묘하고 환궁할 때 이천쌀로 밥을 지어 진상했는데 맛이 좋아 그 뒤부터 진상미로 올라가게 됐다.

▽이천쌀 생산량〓현재 1만314ha의 논에서 연간 5만4000여t이 생산되고 있다. 조씨는 “이천쌀은 전국 쌀 생산량의 1% 가량에 불과한데 가짜 이천쌀이 많이 나돌면서 이천쌀의 성가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쌀연구회〓조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경기도쌀연구회(www.nongup.kyonggi.kr 031―229―5863)는 이천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쌀을 생산하고 있는 경기도 내 여주 안성 평택 등지의 406개 농가가 경기 농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만든 단체.

벼의 품종 선택부터 재배 생산 출하까지 ‘연구회 쌀’로 공동 브랜드화해 고품질의 쌀만을 생산 유통시킨다는 계획이다. 첫해인 올해에는 17개 농가가 참여해 백화점 등을 상대로 판매에 나선다. 조씨는 “이천쌀 중 품질관리를 제대로 못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에는 벼 품종별로 쌀을 브랜드화해 최고 품질의 쌀만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천〓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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