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막강 삼성전자株 어쩌다가"…미 반도체지수따라 오락가락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37분


지난주말 미국 반도체지수는 폭락했으나 25일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투자자들의 277억원어치 순매수에 힘입어 7% 이상 올랐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 주가는 22일 전날 밤 미 증시가 폐장된 뒤 발표된 인텔의 실적부진 전망을 미국 반도체 주식들보다 한 발 앞서 반영해 폭락했다. 지난주말에는 ‘제2차 금융구조조정 일정 발표’ 라는 국내변수가 나와 국내증시에 대한 시장위험이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말하자면 25일 상황은 시장재료가 업종재료를 압도한 셈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 잣대는 무엇일까.

최근 나온 설명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수 여부를 전날 미국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보고 결정한다는 것.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인텔, AMD,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미국의 반도체 업종에 대한 평균지수.

실제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가 일치하는 날은 8월이후 전체 영업일의 4분의 3 정도로 나와 대체적으로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D램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같은 품목을 생산하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의 영향을 받는 것은 몰라도 CPU(중앙처리장치) 제조업체인 인텔 등 다른 종목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주식보유 비중이 54∼55%에 이르는 반면 이 물량을 받아줄 마땅한 세력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모멘텀투자 세력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 증시 관계자들의 전언. 모멘텀 투자란 주식 내재가치에 관계없이 주가 흐름이나 호재 악재에 따라 단기적으로 사고파는 투자.

한 외국증권사 영업부장은 “반도체경기정점 논쟁이 결론 없이 오락가락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일부 외국인세력은 3∼4일 간격으로 투자포지션을 바꾸면서 단기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증권사들도 삼성전자 적정주가 산정에 있어 내재가치 보다는 시장수급을 감안해 일정한 매수 및 매도 가격 범위를 정하고 있다. 예컨대 ‘20만원 이하에서는 매수, 23만원에서는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한다’는 식이다.

한 국내증권사 관계자 “삼성전자는 국내증시에서 가장 우량한 장기보유 종목에서 이제는 단기투자의 대상이 됐다”면서 “최근 일부 데이트레이더들이 삼성전자를 공략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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