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수영]다이빙 유망주 中 쌍쉐 "나 떨고있니?"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11분


애틀랜타올림픽 직후인 96년 9월, 중국 다이빙 지도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다이빙 여자부문 2종목을 모두 석권한 푸밍샤가 돌연 은퇴선언을 했기 때문.

‘다이빙에 적합한 체력과 재능을 지닌 10세 이상의 소녀를 수배하라’는 ‘지상명령’을 받은 중국 지도자들은 훈련도 팽개치고 한달이상 재목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왜 하필이면 10세 이상일까? 4년 뒤 열릴 시드니올림픽 참가자격이 14세 이상이기 때문. 올림픽 참가 나이제한은 13세이던 푸밍샤가 91세계선수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면서 92 바르셀로나 때부터 적용된 규정.

그로부터 꼭 만 4년 뒤인 2000년 9월 24일 시드니올림픽수영장.

중국의 ‘선견지명’은 맞아 떨어졌다. 다이빙 10m 플랫폼 여자부 준결승에서 중국의 쌍쉐(16)와 리나(16)가 3위에 30점 이상 앞서며 1, 2위로 결승에 올라 사실상 금, 은메달을 확정지었다.중국이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조우지홍 이후 10m 플랫폼 여자부분 5연패를 달성하는 것.

쌍쉐와 리나, 이들이 바로 ‘포스트 푸밍샤’로 96년 발탁된 선수들.

96년 12세이던 쌍쉐는 촉망받던 텐진의 체조선수. 마침 동향으로 중국대표팀 코치를 지낸 텐진체대 자오춘화감독의 눈에 들어 그길로 베이징으로 가, 가족과 격리된 채 푸밍샤가 받았던 것과 똑같은 악명높은 스파르타 훈련을 시작했다. 그후 98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었다. 그의 유일한 라이벌도 바로 4년간 숙식을 같이해온 리나.

쌍쉐는 97년 도약을 하다가 다이빙대에 머리를 부딪힌 뒤 10m 아래로 떨어져 의식불명으로 한달간 병원에 누워있어야 했다.이 사건 후 그는 다이빙선수로서는 치명적인 ‘물에 대한 공포증’을 얻어 신경쇠약 증세까지 보였다. 한방치료와 그의 전담코치인 왕민의 애정으로 1년여만에 제 컨디션을 되찾았다.

그러나 아직 사고를 당했던 ‘앞으로 서서 뒤로 떨어지기(리버스 다이빙)’ 때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쌍쉐가 이번 올림픽후 은퇴를 선언하면 중국의 다이빙 지도자들은 또다른 ‘희생양’을 찾아 전국을 헤메고 다녀야할 지 모른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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