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건의 본질은 ‘외압’ 여부다

동아일보 입력 2000-09-23 19:22수정 2009-09-22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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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朴智元)장관의 사퇴를 몰고 온 신용보증기금과 한빛은행 사건의 핵심은 대출과정에 권력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박장관이 자진 사퇴한 것도 외압 의혹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였다. 따라서 어떤 이유로도 사건의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된다.

검찰이 대출보증을 거부한 뒤 보복성 조사를 받았다는 보증기금 전 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의 주장과 관련해 어제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 관계자들을 소환하는 등 이 부분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은 외압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믿는다. 검찰이 이씨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보증기금 전현직 간부들을 잇따라 소환하고 박 전 장관과 이씨를 곧 대질키로 한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검찰도 지적했듯이 이 사건 수사는 주장만 있을 뿐 물증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그동안 의혹이 제기된 사건 관련자들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조사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수사결과에 대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검찰은 무엇보다 사직동팀의 조사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보증기금 영동지점의 팀장이 자신이 간접적으로 사직동팀에 이씨의 비리를 제보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지만 이것이 전적으로 사직동팀이 수사에 나선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직동팀은 청와대 하명사건을 내사하는 곳으로 그 대상도 재벌급 인사나 고위 공직자로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비리를 제보했다는 보증기금 팀장과 대출보증을 요청했던 중소기업 대표 박혜룡(朴惠龍)씨가 고교 동기동창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그의 제보동기에도 석연찮은 점이 있다. 사직동팀의 조사 경위는 박 전장관과 보증기금 전현직 간부 등의 외압 의혹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은 이 부분의 의혹을 푸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야당측이 그동안 이씨와 접촉해 왔고 여기에는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개입돼 있다는 이른바 ‘이씨 배후설’에 대해서도 검찰은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다만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외압 의혹 수사라는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씨의 개인비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뇌물을 받은 이씨의 범법행위에 대해 죄를 묻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의 개인비리가 외압여부를 판단하는 데 선입견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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