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1번 염색체 해독 주역 박홍석 박사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56분


“유전체(게놈) 정보를 이용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포스트 게놈시대는 그냥 오는 게 아닙니다. 우선 유전체연구의 기초인 염기서열 분석을 우리 스스로 할 수 있어야 이를 치료나 신약 개발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게놈과학연구센터에서 21번 염색체를 해독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다 최근 생명공학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박홍석(39)박사의 첫마디이다.

올해 6월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됐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완벽하게 해독을 끝낸 인간의 염색체는 23쌍 가운데 21번과 22번뿐. 이 중 최고의 신뢰도(99.997%)까지 도달한 것은 21번 염색체다.

일본과 독일 중심의 국제컨소시엄 연구단이 해독한 21번은 염색체 가운데 가장 작지만 다운증후군 알츠하이머병 백혈병 등 20개 이상의 질병 관련 인자가 포함돼 있어 의학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그 주역중 한명인 박홍석 박사가 국내에서 본격화하고 있는 게놈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5일 귀국해 생명공학연구소 유전체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됐다.

현재 유전체연구센터에는 게놈연구를 위한 시스템 구축해 해외에서 게놈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4명의 박사와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사후 연구원 4명이 포진하고 있다. 여기에 박홍석 박사가 합류하고 분석 장비가 곧 도입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게놈 연구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게놈프로젝트는 염색체를 잘게 나눠 염색체의 지도를 작성하는 매핑작업(mapping), 나눠진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시퀀싱(sequencing) 작업, 그리고 염기서열 속에서 유전자를 찾아내는 작업으로 나눠진다. 이 중 박 박사가 맡았던 분야가 매핑작업이다.

교토대 유전학 박사인 그는 95년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인간게놈을 연구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인간게놈 연구가 불가능하나고 판단해 97년 일본행을 결정했다.

일본에서 2년 11개월만에 21번 염색체 지도를 완성할 즈음 그는 “지금 내가 한 게놈 연구가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이 결과가 우리나라를 위해 쓰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에 생명공학연구소의 부름에 주저하지 않고 짐을 쌌다.

국내에서 염기 서열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외국에서는 손댈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생물에 관한 신뢰도 높은 염색체 지도를 만드는 것이 2년 안에 이루고자 하는 그의 1차 목표다. 그 뒤 게놈 정보로부터 질병 치료 기술과 개인의 체질에 맞는 ‘맞춤약’을 개발하는 포스트 게놈시대를 연다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장경애 동아사이언스기자>ka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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