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을 살리자] 구조개혁 제대로 해야 증시 산다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29분


주식시장에 대한 미시적인 부양대책은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 지금처럼 적절한 경우가 별로 없어 보인다.

국가의 미래에 대한 총체적인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고, 어떤 리스크도 회피하려는 극단적인 투자심리가 주식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주가폭락을 국제유가 폭등, 대우차문제, 반도체가격 하락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이같은 안이한 주식시장 인식의 이면에는 집권세력의 리더십 추락과 이에 따른 경제주체의 신뢰기반 붕괴가 자리잡고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환란위기 직전에 정부가 경제가 위기상황임을 한사코 부인하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현시점에서 증시를 살리려면 한국경제에 대한 절박한 현실인식이 우선돼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틈에 끼여 샌드위치꼴이 될 것이라는 외국 컨설팅사의 진단은 일본과 중국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차츰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98년이래 민간부분은 100조원이 넘는 자금을 벤처기업을 포함한 주식자산에 투자했고, 정부부문은 100조원을 금융시스템의 건전화에 투입했다. 주식시장에 추가자금을 투입할 내부 여력이 고갈됐다는 말이다. 현상황에서 증시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해외투자가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어떻게 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먼저 경제전반의 투명성 확보가 긴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투자판단 근거인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외국인이 한국기업의 부실의 정도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한국 증시가 필요로 하는 외국투자가들은 가치투자관점을 가진 연금 및 보험사 등의 장기투자가들임을 고려할 때, 대우그룹의 부실회계 문제는 국제유가 폭등보다 더욱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외국투자가들에게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401K와 같은 정액갹출형 연금제도를 도입하여 주식에 대한 장기적인 수요기반을 강화시키고,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이나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중 일정요건에 미달하는 기업을 과감히 퇴출시키는 퇴출제도를 마련한다면 중장기 주식수급에 대한 불안이 대폭 완화될 수 있을 것이어서 투자심리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간접투자수단의 확대를 통한 증시안정을 위해서는 투신기능의 정상화가 절실하나 여기에는 자산운용업 전반의 신뢰회복과 전문화의 문제가 걸려 있으므로 해결에는 장시간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신사에 각종 특혜성 상품을 인가하여 정상화를 기대하기보다는 투신산업에 대한 자유로운 진입을 허용하여 자유경쟁을 통한 산업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정책선택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증시대책도 묘수를 찾기보다는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구조개혁을 좀 제대로 해보자는 말이다.

(한가람투자자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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