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받고 감시하긴 어렵다

  • 입력 2000년 9월 17일 19시 12분


환경운동연합 최열(崔冽)사무총장이 기아자동차와 삼성SDI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각각 200만원과 300만원의 월급을 받고, 기아자동차로부터는 2월 주주총회에서 1만5000주의 스톡옵션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외이사를 악용하는 기업에 이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운동의 순수성마저 훼손시킨다는 부정론과 기업경영에 적극 참여해 효율적 감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긍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최총장은 사외이사제도는 시민단체가 주장해 온 것으로, 자신은 환경친화적 제품의 생산,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사외이사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최총장은 기업으로부터 받은 급여는 시민단체활동비 등 공익목적으로만 사용됐고, 남은 돈은 환경운동연합 계좌에 적립돼 있다고 말했다. 또 스톡옵션은 3년 후 배분 당시와의 주가 차액이 생겨 이득을 얻는다면 역시 장학기금으로 적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사외이사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기업경영이 대주주에 의해 독선적으로 전횡된 것이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었다는 외국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사외이사는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재무 인사 경영 등의 전문가가 맡는 것이 상례인데 최총장이 그에 해당되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이 비판적인 인사를 사외이사로 위촉하고 거액의 급여를 제공하려는 경향이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최총장의 경우는 오해를 살 만하다.

그가 기업의 환경친화적 제품의 생산에 기여했다고 주장하지만 환경운동시민단체장으로서 그의 역할이 전체 산업의 환경을 감시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특정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그 기업만 도와주었다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 또 받은 돈을 시민운동에 사용했다는 그의 주장은 시민운동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 심지어 정부 보조까지 받지 않고 있는 여타 시민단체들의 경우를 고려할 때 옹색한 주장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사외이사제 확대와 함께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의 참여를 지지한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대표가 특정 기업 사외이사를 직접 맡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시민단체 대표의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으로 볼 때 오해를 살 만한 처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녹색연합 사무총장이었던 장원(張元)씨의 추문에 이어 최총장 문제가 불거짐으로써 시민단체 활동이 위축될까 걱정된다. 이를 계기로 시민단체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다시 한번 자기 주위를 둘러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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