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의선 연결의 의미와 과제

  • 입력 2000년 9월 17일 19시 12분


반세기 동안 단절된 동맥을 잇는 공사는 전쟁과 분단의 시대를 넘어 평화와 화해 그리고 공동 번영으로 가는 길을 닦는 상징성이 더없이 크다. 남북의 군사력이 집중된 비무장지대를 뚫고 철도와 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사실상 휴전선의 지뢰지대와 철책을 부분적으로 무너뜨리는 의미를 지닌다.

오늘 기공식을 갖는 경의선 철도 도로 연결 사업은 6·15 공동선언의 정신인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비교적 큰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실질적 결실을 거둘 수 있는 대표적 남북협력 프로젝트이다.

개성공단 등 북한에 진출하는 남한 기업들은 육상 운송을 통해 물류비용을 3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남북경협의 큰 걸림돌이던 물류비용이 낮아지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 나가 있는 노동집약 산업의 북한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남한의 철도가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의 연결이 가능해지고 장기적으로는 일본도 한일 해저터널 건설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무장지대의 지뢰제거와 도로개설 과정에서 남북 군사분야의 접촉이 활발해질 것이다. 남북 양쪽의 지뢰제거 및 건설 공병단이 근접거리에서 작업을 하자면 정보교환과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음주 제주에서 열리는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의선 복원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실질적 평화정착 및 군사적 긴장완화의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려한 기공식부터 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국회가 문을 닫고 야당 총재가 불참한 가운데 기공식이 진행되는 것은 어느 쪽에 책임이 있느냐를 따지기에 앞서 유감스러운 일이다. 경의선 복원은 정치 경제 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문제점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이런 과정 없이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정부가 남북문제를 국민적 합의의 뒷받침 없이 인기위주로 끌고 간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국회가 열리면 각종 남북관계사업에 대한 타당성 합법성 소요재원 안보상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모든 것이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당부하건대 남부지방 태풍 피해 농어민들을 생각해서라도 기공식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들여 호화 이벤트로 흐르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