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대우차 매각결렬이후 증시향방은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11분


외국계 증권전문가들은 미국 포드자동차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와 관련,구조조정의 조속한 실천이라는 정공법으로 정부의 의지를 확인시켜야 된다고 15일 말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포드차의 대우차 인수 포기는 단기 악재에 지나지 않지만 시간을 늦추다가는 한국과 증시를 휘저어 놓을 만한 대형악재로의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인들이 한국과 한국증시에 대한 전망이 다소 엇갈리는 가운데 이같은 악재가 돌출,주식시장은 연말이나 6개월 가량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며, 외국인들은 매도우위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특히 구조조정 일정이 발표되면 낙관론이 팽배했다가 진행과정에서 시행착오나 문제점이 드러나면 비관론이 급속히 확산된 전례를 봤을 때 대우차 매각실패는 외국인들에 팔 핑계를 제공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IMF 위기 이후 대우차 매각건은 초대형 해외 자산매각건이라는 점에서 만약 성사가 안될 경우 서울은행과 HSBC의 사례처럼 외국인들에게 정부가 해외자산매각을 꺼린다는 인상을 심어줘 향후 한국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의지가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포드의 포기로 단독 협상권을 부여받은 현대차-다임러 컨소시엄이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현대차는 1조원을 들여 내수시장을 석권할 기회를 맞게 되며, GM이 인수하더라도 현대차에는 포드차가 인수할 경우와 같아 악재가 될 것은 별로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다음은 포드차의 대우차 인수 포기와 관련해 한국 및 증시 영향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 전문가들의 견해를 정리한 것이다. >

◆ 워버그딜론(Warburg Dillion Read) 이승훈 이사 = 초단기적으로 악재임에 분명하다. 한국기업들이 부채가 많은 상태고 대우도 예외가 아닌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구조조정이 해외직접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오후장에 주가가 급락한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그러나 이번건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중장기적으로 보고 있어 바로 행동에는 들어가지 않겠지만, 외국인들이 비관적으로 돌아서기 전에 한국시장으로서는 필요한 구조조정 정책을 빨리 집행해야 한다.

주식시장의 한 주체인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110억달러나 순매수한 것은 과도한 것이고, 악재가 중첩된 상황에서 구조조정안이 아주 신속히 나오지 않는다면 주가는 하향세(downside)를 보일 것이다.

◆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박용상 부장 = 악재다. 포드가 대우차를 인수할 것으로 봤고 최종 사인이 곧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수하면 그만큼 직접투자자금(FDI)이 들어와 긍정적인 반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기대에 어긋났고 주가는 하락했다. 최근 외국인들이 이를 먼저 캐치하고 먼저 팔았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또 과연 70억달러를 주고 인수할 것인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처음부터 많았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라는 악재는 노출됐다. 일부는 미리 팔았기 때문에 매물이 더 안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는 2차, 3차 대상자로 옮겨가기 때문에 다음주에 외국인들의 매물이 출회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대우차 문제의 영향력은 정부가 얼마나 빠른 시일에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간이 걸리면 걸릴수록 더 큰 악재가 된다. GM이 가져간다는 방향이 잡히면 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다. 현대가 단독입찰하면 부정적이고 현대에도 악재가 될수도 있다.

◆ 도이체(Deutsche) 증권 아시아 임성근 이사 = 악재가 확실하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구조조정이 번복되거나 지연되는 것으로 보여질 것이다. 서울은행도 불확실하고 대한생명 해외매각건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우차는 눈에 띠는 거래(deal)인데 성사가 안돼 정부의 의지가 약화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생긴다. 구조조정의지를 빨리 보여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상태이고, 한국 증시에 대해 엇갈린 시각이 혼조된 상태에서 대우차 문제가 붉어져 타격이 예상된다. 외국인들은 ‘Sell Korea’보다는 ‘Sell Asia’ 경향으로 아시아 투자비중 축소에 따라 한국에서도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전체 시장에서 여건은 한국이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보다 전망은 나쁘지 않은데 태국 다음에 가장 좋지 않다. 구조조정안을 처음 발표할 때 낙관론으로 주가가 과잉 상승하고, 시행과정에서 시행착오로 문제점이 발생하고 반대세력이 나타나 실망매물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6개월간은 시행착오로 장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 매각에 대해 정부의 의지가 더 강해져야 한다.

◆ 소시에떼 제네랄(SG) 김신 이사 = 굉장히 부정적이다. IMF 이후, 삼성자동차 이후 가장 큰 자산매각(Asset sale)이었다. 성사가 안되면 자동차 회사가 팔리는 것보다 정부가 외국인에 대해 거리감을 두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겨 민영화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사인을 줄 수도 있다. 대우차가 팔리는가 안팔리는가보다 포드가 국내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지난번 HSBC의 서울은행 인수건과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 연말까지 주식시장은 외국인들 입장에서 매도우위 국면이 전망된다.

◆ 노무라증권 임동수 애널리스트 = (자동차업계 전망) 기본적으로 앞으로 △ 현대-다임러 컨소시엄의 인수(30% 가능성) △ GM의 인수(50%) △ 인수자 없는 경우(0%) 등 세 가지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 먼저 다임러 컨소시엄 인수: 포드의 포기로 불투명하긴 하지만 자동적으로 현대-다임러 컨소시엄이 단독협상권을 갖게 됐다. 이 컨소시엄은 50억달러를 인수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대는 20%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 20%면 현대차 부담은 10억달러(1조원)으로 현대차는 여력이 있고, 이 정도의 금액을 투자해 내수시장을 확고하게 유지한다면 나쁜 거래(bad deal)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다임러쪽이 소극적이라는 데 있다. 다임러는 최근 미쓰비시 지분 인수와 현대차 10% 인수에 돈을 쓴 바 있어 적극적이 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또 정부가 이 컨소시엄의 주체를 현대로 보느냐, 다임러로 보느냐도 관건이다. 현대로 볼 경우 독점문제로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실현가능성은 30%다.

▲ 두번째 GM이 인수하는 경우: GM은 40억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대우차와 관계가 유지돼 왔다. GM에 넘어갈 경우 현대차에게는 포드에 넘어갈 경우와 차이가 없다. 50% 실현성이 있다고 본다. GM이 40∼50억달러로 대우차를 인수해도 국내 경쟁시장이 형성돼 나쁘지만은 않다고 본다. ▲ 아무도 인수하지 않는 경우는 0%에 가깝지만 현대차에게는 나쁘지 않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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