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화/푸틴의 중·日 견제전략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57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극동러시아 지역에 중국인들의 ‘간접침략’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어 고심하고 있다.

극동러시아는 남한의 62배(약 620만㎢)나 되는 면적에 인구는 불과 800만명인 반면에 석유 매장량 세계 2위, 천연가스 1위, 금 2위, 다이아몬드 2위, 임산물 3위, 수자원 5위 등으로 천연자원의 보고이다. 농지는 남북한이 자급하고도 남을 면적인 58만㎢나 된다.

극동러시아 주민들은 생필품을 바자르라는 장 마당에서 구입하는데 먹을거리를 파는 사람은 러시아인과 고려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생필품의 80%는 중국인이 국경을 넘어가서 장사하고 있다. 중국인은 대부분 불법체류자인데 주로 1개월 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해 눌러 앉는다. 최근 일부지역에서는 경찰 단속에 중국 상인들이 장사를 거부하고 연좌데모를 하자 러시아 주민들이 경찰서에 몰려가 중국 상인들을 풀어주든지, 경찰이 생필품을 공급하라고 항의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는 생필품을 무기로 한 중국의 전략이 성공한 사례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중국은 작년부터 모범공무원들과 직장단위 민간인에게 70%의 보조금을 주어 극동지역 관광을 권유하고 있는데 11개 국경지역을 통해 매일 3500∼5000명이 건너가서 극동러시아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닌다. 이들은 관광 후 직장에 소감을 제출한다는데 관광 이유는 과거 중국의 땅인 극동지역에서의 사업거리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푸틴대통령은 최근 “러시아는 과거에도, 앞으로도 초지일관 남북통일에 가장 비중 있는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중국의 간접 침략에 한민족으로 하여금 대응토록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푸틴정권은 북한의 부채 탕감에 큰 용단을 내리려고 한다. 북한이 러시아에 갚아야 할 부채가 약 40억달러이고 러시아는 한국에 갚아야 할 부채가 약 15억달러에 이른다. 이것을 상쇄해 남북한 경제협력과 통일에 기여하겠다는 것이고 이런 제의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이 한 것이다. 북한은 극동러시아 개발은행 설립자금으로 극동농공위원회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러시아측은 이 자금을 종잣돈으로 해 러시아의 자원, 한국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으로 삼위일체식 농공업을 개발하자는 내용이다. 김위원장은 평라선(평양∼나진)을 관장하는 북한 군부를 설득해 극동러시아에 군 노동력을 이용한 남북한 공동 영농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이는 항구적으로 남북한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는 한민족의 극동러시아 유치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극동러시아 주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나아가 일본의 ‘간접침략’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해결되면 서울과 평양의 기찻길에서 다시 동해안으로, 그곳에서 나진 선봉과 러시아 하산으로 이어지는 철도가 관통돼 유럽까지 철도 운송이 시작되고 극동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이용하면 한국은 에너지와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푸틴정권은 전망하고 있다.

이병화(전 러시아연방정부 극동지역 경제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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