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담배 산업

  • 입력 2000년 9월 9일 17시 09분


조선시대 광해군 6년인 1614년 광해군은 자기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이로부터 어른이나 상전 앞에서 함부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관습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에 나오는 얘기이다. 또 네덜란드 선원 하멜이 1668년 14년간 조선에서의 억류생활을 엮은 ‘하멜표류기’에는 어린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더라는 기록이 있다. 횟배를 치료하기 위해 입에 물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담배가 우리에게 익숙해진 지 수백년이 되는 셈이다.

▷담배가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45년 9월이었다. 광복 직후 미군정청에서 광복을 기념하기 위해 제조한 것인데 담배의 이름은 ‘승리’였다. 조선 군정청 전매국이 발매처로 된 이 담배는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얻었다. 중국제와 일제 담배가 차츰 사라지고 쌈지담배인 ‘풍년초’가 애용됐던 터에 흰 종이에 말린 담배가 나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담배가 정부의 독점 전매사업이 된 지도 수십년이 된 것이다.

▷그런 담배의 전매제도가 폐지된다. 정기국회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우리나라 담배산업의 틀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정부의 법안은 요건만 갖추면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담배를 생산해 판매할 수 있고, 담배 가격 또한 기존의 인가제에서 허가제로 한다는 게 골자이다. 말하자면 담배산업에도 시장경쟁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인데 이는 소금과 홍삼의 전매제도가 각각 1962년과 1996년에 폐지된 데 이은 것이다.

▷담배의 전매제도 폐지는 애연가 및 국내 잎담배 생산농가에 우울한 소식일 듯싶다. 애연가는 담배인삼공사가 손해를 보며 판다는 ‘88라이트’ ‘디스’의 가격 인상과 세제 개편안에 따른 세금 인상분 133원의 가격 반영을 피할 수 없다. 생산농가는 공사의 잎담배 의무수매와 농가에 대한 장려금 폐지로 경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공사는 시장 개방 10여년에도 양담배의 시장점유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제도가 바뀌어도 독점 유지를 자신하는 모양이다. 전매제도 폐지가 애연가나 농가에 피해를 준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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