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45년 9월이었다. 광복 직후 미군정청에서 광복을 기념하기 위해 제조한 것인데 담배의 이름은 ‘승리’였다. 조선 군정청 전매국이 발매처로 된 이 담배는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얻었다. 중국제와 일제 담배가 차츰 사라지고 쌈지담배인 ‘풍년초’가 애용됐던 터에 흰 종이에 말린 담배가 나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담배가 정부의 독점 전매사업이 된 지도 수십년이 된 것이다.
▷그런 담배의 전매제도가 폐지된다. 정기국회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우리나라 담배산업의 틀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정부의 법안은 요건만 갖추면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담배를 생산해 판매할 수 있고, 담배 가격 또한 기존의 인가제에서 허가제로 한다는 게 골자이다. 말하자면 담배산업에도 시장경쟁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인데 이는 소금과 홍삼의 전매제도가 각각 1962년과 1996년에 폐지된 데 이은 것이다.
▷담배의 전매제도 폐지는 애연가 및 국내 잎담배 생산농가에 우울한 소식일 듯싶다. 애연가는 담배인삼공사가 손해를 보며 판다는 ‘88라이트’ ‘디스’의 가격 인상과 세제 개편안에 따른 세금 인상분 133원의 가격 반영을 피할 수 없다. 생산농가는 공사의 잎담배 의무수매와 농가에 대한 장려금 폐지로 경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공사는 시장 개방 10여년에도 양담배의 시장점유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제도가 바뀌어도 독점 유지를 자신하는 모양이다. 전매제도 폐지가 애연가나 농가에 피해를 준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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