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인건비 줄이려다 인력난 美컴퓨터업계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36분


빌 클린턴 대통령과 의회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기술자들에게 발급하는 H―1B 비자의 쿼터를 늘리는 데 동의했다. 따라서 3년 전 6만5000건이었던 H―1B의 연간 발급한도가 내년에는 20만 건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컴퓨터 업계는 이처럼 외국인 기술자들을 수입해야 하는 이유로 미국 학교들이 과학과 수학 전공자들을 충분히 배출해내지 못하는 것을 꼽는다.

그러나 소위 미국 교육의 위기는 환상에 불과하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는 과학과 수학을 전공한 대학졸업자들이 흘러 넘칠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컴퓨터 업계는 이 현상을 악용해서 기술자들의 임금을 낮춰버렸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이 컴퓨터 업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꺼리게 되었고, 결국 오늘날과 같은 일시적인 기술자 부족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예전의 노동력 과잉현상을 포괄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1992년에 뉴욕타임스는 대학 졸업자 5명 중 1명이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5년에는 “많은 과학분야에서 박사학위 소지자의 공급이 수요를 능가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특히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박사학위 소지자의 과잉생산율이 가장 높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공급과잉 현상은 임금의 하락을 낳았다. 1986년에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대졸자의 초봉은 3만9000달러 수준이었으나, 1994년에는 3만3000달러로 떨어졌다. 이러한 임금 하락추세는 1990년대 말이 되어서야 역전되었다.

캘리포니아대의 컴퓨터 공학 교수인 노먼 매트로프는 기업들이 경험 많은 프로그래머들을 고용하지 않음으로써 기술자 부족현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컴퓨터 업계는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을 갖고 있는 나이 든 프로그래머의 재훈련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하지만, 매트로프 박사는 임금이 싼 외국인 기술자들을 수입하기 위해 H―1B 비자 수속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나이 든 프로그래머들을 재훈련시키는데 드는 시간이 더 적다고 반박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2000/09/06/technology/06LESS.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