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 콜금리 현수준 유지…장기금리 영향은

  • 입력 2000년 9월 7일 15시 48분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이달중 콜금리를 현수준(5.0%)으로 유지키로 한 것이 장기금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채권시장은 대체로 단기적으로는 별 영향이 없고 중장기적으로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은 며칠전만 해도 콜금리를 현수준에서 유지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장기금리가 좀더 떨어질 것으로 보았었다.

그런데 막상 유지로 결론이 나니까 별 영향이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고 실제로 이소식이 전해진 7일 오후 채권금리는 보합권 움직임이 지속됐다.

금융기관의 자금이동이 어려운 지준마감 때문에 거래가 거의 없는 탓도 있지만 유가가 연일 급등하며 35달러까지 치솟자 콜금리유지 효과가 상쇄됐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더 커져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달말 소비자물가는 8월(전월비 0.8%상승) 못지 않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유값 급등에다 태풍영향, 추석물가 오름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월말이 다가오면 9월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에다 10월에 콜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이 다시 대두되면서 장기금리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차라리 시장의 예상대로 이번에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단기적으로 장기금리가 약간 흔들리겠지만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중장기적으로 장기금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는

시장참가자들이 적지 않다.

시장참가자들은 대체로 이번 콜금리 유지로 장기금리는 좁은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콜금리가 낮아 마땅한 대체운용수단이 없기 때문에 장기채를 팔기도 쉽지 않지만 원유가가 겁없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하락을 기대하고 장기채를 사기도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이달말까지 3년만기 국고채금리는 7.60-7.90%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3년만기 국고채금리가 7.70%인 점을 감안하면 하락보다는 약간 상승하는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는 셈이다.

금통위가 한차례 정회를 하는 격론 끝에 콜금리를 유지키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수준유지 결정은 아무래도 한국은행의 입장을 반영했다기 보다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6일 진념 재경장관이 콜금리 인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이를 입증한다는 것.

전철환 한은총재는 7일 금통위가 끝난후 진 장관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콜금리는 금통위의 고유권한"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진 장관으로부터 현수준 유지요청을 받았느냐는 물음에는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해 정부의 요청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시장은 금통위원들이 정부의 입김에 의해 이번에 콜금리를 올리지 못했지만 유가오름세가 꺾이지 않으면 내달에는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금리안정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장기금리가 큰폭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데 공감을 하고 있다.

정부는 장기금리는 현수준에서 묶어 놓고 중견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는 쪽으로 시장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로 다가오면서 하이일드펀드 및 회사채만기가 대거 도래함에 따라 중견기업의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석후에 제2의 금융시장안정대책을 통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시장대책이 제대로 먹히려면 우량채권 중심의 장기금리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

금통위의 독립성 논란과 원유가 급등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음에도 불구, 정부가 콜금리 현수준 유지를 밀어부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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