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활성화 2차대책]MMF단기화로 투신권 살리기

  • 입력 2000년 9월 5일 18시 32분


정부가 추석이후 내놓을 2차 시장 활성화대책의 초점은 역시 '투신권 살리기'에 모아진다. 주식 및 채권시장의 허리인 투신을 살려야 실물경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가장 중요한 수단은 머니마켓펀드(MMF)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다.

▽MMF 편입채권 단기화〓투신협회 집계에 따르면 장부가평가를 받는 단기상품 MMF의 8월말 현재 수탁고는 3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투신권 전체 수탁고는 144조여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浮動)자금이 MMF로 몰려들어 지나치게 몸집이 커졌다.

문제는 MMF 자금유치를 위해 각 투신사들이 무리수를 둔다는 것. 수익률을 높이려 한도(펀드재산의 50%)를 넘겨가며 장기 국공채를 편입하고 있다.

만기가 될 때까지의 기간(잔존만기)이 긴 채권이 많으면 일시에 환매가 몰릴 경우 심각한 만기불일치(미스매치) 문제가 발생, 투신사들은 다시 유동성 부족사태에 빠지고 금리불안 등 걷잡을 수 없는 시장불안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정부는 앞으로 MMF에서 사들일 수 있는 국공채의 잔존만기를 5년에서 3년으로, 통화안정증권의 잔존만기를 2년에서 1년으로 각각 단축할 방침이다.

▽MMF도 사실상 시가평가〓투신사들이 MMF에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흔히 동원하는 수법은 고수익 제시. '큰 손'들에게는 특별히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 MMF가 장부가펀드라 가능한 일이다. 결국 부담은 투신사와 나중에 돈을 찾아가는 고객들이 지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MMF도 준(準) 시가평가를 받는다. MMF의 장부가평가 수익률이 시가평가 수익률과 1%포인트 이상 벌어질 경우 시가에 맞추도록 하는 것. 미국에서와 같은 '그림자가격(shadow-pricing)'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이 때도 역시 문제는 있다. 잘못하면 MMF에 가입한 다음날 수익률을 조정당하는 투자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 한국펀드평가 우재룡(禹在龍)사장은 "용인할 수 있는 수익률 격차를 1%포인트에서 더 줄이고, 두 수익률간 격차를 수시로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신 관계자들은 정부의 2차 시장 활성화대책안에 대해 "현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환영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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