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 대책, '한여름 밤의 꿈(?)'

  • 입력 2000년 9월 4일 19시 23분


정부의 ‘코스닥대책’은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나나.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기대감으로 지난주 한때 115까지 상승했던 코스닥지수가 정작 대책 발표후 4일 107대로 하락하자 지난 1일 발표된 대책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장은 “이번 대책이 장기적으로 보약이 될 수 있으나 단기에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당장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수요확대방안이 급한데 대책은 공급억제와 불공정거래 방지에 중점이 두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승철환 현대투자신탁운용 수석펀드매니저도 “코스닥시장의 추가하락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부의지를 확인시켰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대한 방안등이 제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고 밝혔다.

법규정을 고치지 않고 시행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어서 코스닥 주가의 추가하락을 막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박용선 SK증권 투자정보팀장).

그러나 이번 대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서울 명동에서 벤처기업을 경영하며 코스닥 투자를 하고 있는 L씨는 “코스닥시장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코스닥시장 자체의 문제 외에도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정부정책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며 “기대감이나 립서비스로 주가가 오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이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줄어들게 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 사장은 “창투사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10%의 성공확률이라는 리스크를 부담해 살아남는 기업이 있으면 1∼2년 뒤에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투자신탁등 기관투자가는 성공한 벤처기업에 참여해 1개월안에 수익을 실현한다”며 “기관투자가는 그대로 두고 창투사의 매매제한을 강화하는 것은 형평상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코스닥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자사주매입·소각과 유상증자 제한 및 경영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프리코스닥에 50조원 가량이 물려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기는 불가능하다”며 “자사주펀드와 자사주 매수·소각(Buy Back)에 대한 제한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조 사장은 “신규등록한 기업은 1년동안 유상증자를 금지하고 기존 등록회사도 유상증자를 1년에 한번만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익 미래에셋자산운용 3본부장은 “공인회계사 검토를 거친 실적보고서를 분기별로 제출토록 함으로써 경영투명성을 높여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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