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찜쪄먹기]아서 클라크 '2001 우주 오디세이'

입력 2000-09-04 10:57수정 2009-09-2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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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근원 찾는 디스커버리호

아득한 옛날, 인류의 조상이 아직 도구를 사용할 줄도 모르던 원시 이전 시대. 어느날 한무리의 유인원들이 살고 있던 지역에 수수께끼의 검은 선돌 하나가 나타난다. 그때부터 유인원들의 지능이 발달하기 시작하더니, 사냥할 때는 물론이고 타 부족들과의 싸움에서도 갈수록 우위를 점하게 된다.

까마득한 세월이 지나 20세기 후반. 달 표면에 세워진 미국의 탐사기지에서 뭔가 기묘한 현상을 포착한다. 달의 특정 지점에서 이상할 정도로 강력한 자기가 탐지된 것이다. 탐사팀은 그 지점을 굴착하다가 거대한 선돌을 발굴해내는데, 그 선돌은 태양풍에 노출되자 강력한 에너지파를 발사한다. 실로 3백만년 이상의 세월을 달 속에 파묻혀 있다가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2001년 원래 목성 탐사를 목적으로 건조된 우주탐사선 디스커버리호가 동면중인 승무원들을 태우고 태양계 바깥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그들은 목성을 지나 토성까지 날아가 그곳에서 임무를 완수한 뒤 다시 동면에 들어가도록 예정돼 있다. 5년 내지 7년 뒤에 디스커버리 2호가 그들을 데리러 올 때까지.

디스커버리호에는 다섯명 승무원외에도 할(HAL) 9000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탑재돼 있다. 할은 사람처럼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학습도 하는 지능적인 컴퓨터로서 우주선의 모든 통제와 점검을 맡고 있다. 할은 사실상 여섯번째 승무원이다.

우주선 선장인 보먼과 동료인 풀 외에 나머지 세사람은 동면에 들어가 있다. 두사람은 할과 함께 무료한 우주여행을 계속하는데, 어느날 할이 경고 신호를 보낸다. 지구와 통신하는 안테나 회로 부품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풀은 우주선 밖으로 나가서 부품을 교체하지만, 막상 고장났다는 부품을 갖고 들어와서 조사해보니 정상이었다. 그런데 할은 얼마 뒤 교체한 새 부품이 또다시 고장났음을 알린다. 두 사람은 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감에 휩싸인다.

지구와의 통신이 실제로 끊어지는 일이 발생하자, 풀은 우주선 밖으로 다시 나가 안테나를 점검한다. 바로 그 순간,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있던 소형 탐사정인 스페이스퍼드가 전속력으로 달려와 풀을 들이받는다. 생명선이 끊어진 풀은 스페이스퍼드에 매달린 채 까마득한 우주 공간으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경악한 보먼은 동면 중이던 세명의 동료마저 이미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이 생명유지장치를 꺼버린 것이다. 이제 그는 할이 장악하고 있는 거대한 디스커버리 우주선 안에 홀로 남은 채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할은 에어록을 열어 공기를 빠져나가게 하는 방법 등으로 보먼을 없애려 하지만, 그는 간신히 위기를 벗어나서 우주복을 입는데 성공한다. 그리고는 할의 중추신경계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CPU 칩들을 모두 뽑아버린다. 결국 할은 기능이 정지돼 잠에 빠져들고 만다.

그 다음에 보먼은 가까스로 지구와의 통신을 회복시킨다. 지구의 프로이트 박사는 보먼에게 그동안 비밀로 해왔던 달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선돌에 대해 얘기를 한다. 그리고 토성의 달인 제이페투스를 탐사하라고 말한다.

동면에 들었던 죽은 세사람은 선돌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별도의 특수 임무가 있었으며, 그 모든 사실을 할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주선을 조종하는 책임을 진 보먼과 풀에게는 비밀로 하도록 명령받았는데, 할은 이 모순적인 상황에서 혼자 고민하다가 나름대로 논리적인 결론을 내리고는 독자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즉 모순의 원인을 아예 제거해버리려 했던 것이다.

디스커버리호가 제이페투스를 선회하는 공전 궤도에 들어선 뒤, 보먼은 제이페투스 표면에 있는 거대한 선돌을 발견한다. 달에서 발견된 것과 똑같은 1:4:9 비율의 직육면체 모양인, 그러나 높이는 6백m가 훨씬 넘는 거대한 선돌을.

그는 스페이스퍼드를 타고 나가서 선돌에 착륙한다. 그 순간 보먼은 믿기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다. 마치 선돌의 안팎이 뒤집힌 것처럼, 별로 가득 찬 우주공간 한 복판에 떨어진 것이다.

그 뒤 보먼은 여러가지 경이로운 경험을 하고 온갖 우주 장관들과 다른 외계 문명의 흔적을 접한 뒤,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그는 ‘스타 차일드’(star child)가 된 것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SF 작가 아서 C. 클라크

▲아서 C. 클라크

클라크는 1917년 영국 서머셋 지방 마인헤드에서 출생했으며 1936년에 런던으로 상경했다. SF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2차 대전이 발발하자 공군에 입대, 레이더 장교로 복무했다. 이 당시 인공위성을 통신 중계용으로 활용하는 통신위성 개념을 착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쟁이 끝난 뒤 제대해 킹스 칼리지에 입학,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우등으로 졸업했다. 1946년 SF잡지에 단편을 발표하면서 SF작가로 등단했고, ‘영국행성협회’ 의장도 두차례나 역임했다. 1956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인도양의 섬나라인 스리랑카에서 거주하고 있다.

아서 클라크는 흔히 SF문학계의 ‘빅 쓰리’(The Big Three)중 한 명으로 불린다. 나머지 두 사람인 아이작 아시모프와 로버트 하인라인이 타계한 지금은 사실상 현존하는 세계 최고 SF작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서 클라크는 여러 SF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기본’에 충실한 정통파이다. 즉 과학적 설득력이라든가 스토리 구성, 유머나 진지함, 미래에 대한 전망, 사회에 대한 안목 등 모든 면에서 최고급 수준을 보여주면서도 결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그 모든 것들을 적절히 버무려내어 전체적으로는 우주를 향한 원대한 동경으로 형상화시킨다. 실로 SF적 감성 본령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선 작가라 할 수 있다.

클라크는 SF작가 못지 않게 과학저술가이자 미래학자로도 명성이 높다. 특히 보수적인 과학자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새로운 이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2001 우주 오디세이’는 1968년에 영화와 책으로 대중들에게 나타났다. 이 작품은 워낙 영화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의 대표작처럼 알려져 있지만, SF문학계에선 그의 다른 작품들을 더 높이 평가한다. 1953년에 발표한 ‘유년기의 끝’은 인류 진화를 다룬 장대한 전망으로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SF에 진지하게 몰입하게 만든 걸작이다. 1973년에 내놓은 ‘라마와의 랑데뷰’는 과학적 논리의 정밀성을 따지는 ‘하드(hard)SF’ 분야에서 교과서처럼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구사되는 과학 이론은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거대한 외계 우주선의 내부구조와 역학적 운동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해내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국내에 소개된 클라크의 작품들은 앞에서 언급한 것 외에 ‘낙원의 샘’, ‘지구제국’, ‘도시와 별’ 등의 장편과 단편들 다수가 있다.

◇시대를 앞선 우주 모험기

'2001 우주 오디세이’는 제일 첫부분에 묘사됐다시피, 인류의 지적 진화가 고도의 지성을 지닌 외계 존재에 의해 이뤄졌다는 충격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만화 ‘아마겟돈’(이현세 작)도 바로 이 설정을 차용한 것이다. 이처럼 인류보다 초월적인 또는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동경은 클라크의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유년기의 끝’은 더 나아가서 인류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진화될 것임을 암시한다.

SF팬들은 주로 이런 장엄한 시각에 관심을 나타내는 반면, 일반인들은 ‘2001 우주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 9000에 더 많은 흥미를 보이는 편이다. 즉 이 컴퓨터는 왜 미쳐버릴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할 9000은 동료 승무원들을 선택적으로 속여야 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에 처하자 논리의 딜레마에 빠져 갈등한다. 그리고는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갈등의 원인을 제거해버린다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택하고 만다.

2000년 현재, 인공지능기술 발달에 대한 클라크의 이런 전망은 너무 시대를 앞섰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어쨌든 그가 이 작품에서 제시한 컴퓨터의 갈등 상황은 장래에 충분히 예상되는 논리적 시나리오이다. 앞으로도 할 9000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언급될 것이 틀림없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 할의 영문 철자인 HAL에서 알파벳순으로 한글자씩만 뒤로 가면 ‘IBM’이 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작가가 IBM사를 풍자하려는 의도를 담았다고 했지만, 클라크 본인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1 우주 오디세이’의 속편인 ‘2010’은 1982년에 발표됐고, 전편과는 달리 소설이 먼저 발표된 다음에 피터 하이엄스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다음 편인 ‘2061’은 1988년에, ‘3001’은 1997년에 발표됐다. 이중에서 ‘3001’은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

‘2001 우주 오디세이’는 1972년에 모음사에서 초판(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이 발행돼 꾸준히 출판됐으나, 최근 절판돼 국내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박상준(SF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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