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가 고삐 잡아야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30분


국제유가 급등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 안정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이 작성한 8월 소비자물가는 최근 10개월 사이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 근처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공요금 인상도 줄을 잇고 있다. 시내버스 지하철 기차 요금이 올랐고 택시 전기 상하수도 요금이 인상 대기중이다. 의약분업 시행과 함께 이달부터 재진료 등 의보수가가 올랐고 내년에도 몇차례 단계적인 인상을 하기로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했다.

일조량이 많아 풍작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던 과일이 이번 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보아 추석 제사상에 오를 과일 값이 뛸 전망이어서 서민들의 주름살이 더 늘어나게 됐다. 전세금도 오름세다.

노동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 상승, 경기상승세의 지속에 따른 수요압력 등도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와 올 상반기에 기업금융 구조조정과 함께 늘어난 통화량이 4·4분기(10∼12월)에 물가상승 압력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가는 일단 고삐가 풀리기 시작하면 모든 품목이 앞다퉈 뛰쳐나가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가장 나쁜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추기는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공공요금은 경영합리화를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고 올리더라도 뒤로 미루거나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단계적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 적자노선에 맞추어 연례 행사처럼 오르는 시내버스 요금 같은 것도 지하철과 연계한 효율적인 노선 조정으로 요금인상을 억제할 수 있었다고 본다.

물가 불안이 외환위기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개인서비스(음식점 이발소 목욕탕) 요금이나 학원 교습비 등으로 파급되면 물가 방어가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개인서비스 요금 인상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경기가 경착륙(硬着陸)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마당에 물가 안정기조마저 무너진다면 가까스로 회복기에 들어선 경제에 너무 치명적이다. 물가상승은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져 한국 경제가 다시 고비용 저효율의 악순환 구조로 회귀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한번 발생하면 치유가 어렵다. 경제위기 이후 어렵게 쌓아놓은 물가안정의 둑이 일거에 허물어지지 않도록 물가상승 압력을 방어하는 데 하반기 경제정책의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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