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경보지수]"추석이후 자금시장 순탄치 않아"

  • 입력 2000년 8월 29일 19시 25분


동아일보와 LG경제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첫 측정한 금융시장 경보지수는 추석 이후 자금시장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또 경기둔화와 맞물려 기업의 도산 확률지수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때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던 외환위기 재발 우려의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2, 3개월 후에는 불안 징후〓7월의 자금사정지수는 전달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李昌善)부연구위원은 “현대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면서 채권수익률이 하락하고 일부 중견기업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였지만 실제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자금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보지수가 2, 3개월 선행하는 점을 감안할 때 추석 이후 시중 자금사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위원은 지적했다.

특히 7월중 어음부도율이 0.35%로 높아져 한계기업 부도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은행 신탁계정의 자금이탈이 계속되고 투신권 자금유입이 부진해 금융권의 자금중개 기능이 아직까지 정상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외환위기 경보지수는 0.86으로 외환위기감이 고조됐던 97년 8월의 2.30, 97년11월의 7.19와 비교하면 아직은 별다른 징후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금융부문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악화된 것이 전달에 비해 경보지수를 소폭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내재가치는 하락세로 반전했지만 지난해 말 이후 제조업 주가지수가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해 국내 주가가 저평가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침체 국면을 보였던 주가가 앞으로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것.

▽왜 개발했나〓세계적 투자기관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자체 금융위기 경고모델을 가동해 한국의 금융위기 발생확률이 아시아에서 인도 다음으로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발표는 정확한 통계치를 사용하지 않아 국내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금융위기 경보지수 모델을 개발해 정기적으로 발표한 사례는 없다. 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이전에 유사한 지수를 밝혔지만 일회성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수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돼 본보와 LG경제연구원이 6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금융시장 조기경보지수를 공동 개발하게 됐다.

▽지수는 어떻게 구성됐나〓금융시장 조기경보지수는 시중금리 환율 주가 등의 급속한 변동을 2, 3개월 이전에 예상해 볼 수 있도록 개발됐다.

외환 경보지수는 향후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을 추정하는 지수로서 통화가치가 얼마나 고평가됐는지 통화당국의 외환방어능력 및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주요변수로 활용해 지수화했다.

자금시장 지수는 기업의 자금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매출증가율 △재고증가율 △설비투자 증가율 등과 금융기관 자금공급 능력을 볼 수 있는 △통화량 △어음부도율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지수다.

기업 내재가치 평가지수는 기업의 자산으로 부채를 얼마나 갚을 수 있는지를 측정한 것으로 도산 예상 확률지수와 함께 주식시장 조기경보 모형을 구성하게 된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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