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박스권 바닥에서 우량주 저점매수

  • 입력 2000년 8월 29일 16시 58분


주가가 선물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혼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수차익거래 규모가 9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물의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고 선물시장의 영향력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700∼750대의 박스권이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형성되어 있어 주가가 하락했을 때 추석이후 가을 장세에 대비,금융주·실적 호전주등 우량주를 저점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선물·옵션 만기일 영향권에 벌써 진입

29일 증시는 장중내내 프로그램 매매 동향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렸다. 현대의 외자 유치등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10시30분경 선물시장에서 선물가가 떨어져 괴리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대량 쏟아지며 지수를 하락세로 반전시켰다. 주가지수는 이후 마이너스가 계속됐으나 장 막판 30분사이 프로그램 매수 주문이 200억원 넘게 나오면서 다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25포인트 떨어진 731.56으로 마감됐다.

선물시장의 영향력 확대는 현물 시장이 자립하기에는 너무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날 거래규모는 1조4000억원에 불과했고 거래량도 2억5000만주에 머물렀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고객예탁금이 연중 최저수준인 8조4000억원대로 감소했고 거래도 별로 이루어지지않아 프로그램 매물이 시장에 나올때마다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오는9월14일 선물·옵션 만기일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날 선물시장에서 선물가와 현물가의 차이인 시장베이시스는 0.09로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괴리율이 -0.22%로 끝나 30일 증시에서 주가가 하락세로 출발할 경우 시장베이시스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백워데이션) 프로그램 매물 압박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원은 "선물만기일까지 개장 일수가 9일밖에 남지않았는데 해소되어야 할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9000억원안팎이므로 현물시장에서 상승 모멘텀이 생겨 강세 기조로 바뀌지 않는 한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 상승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스권에서 하방 경직성은 강화

시장의 출렁거림이 심하지만 지수가 720선에서는 강한 하방경직성이 나타나며 낙폭을 만회하고 있는 것이 최근 장세의 또다른 특징.

신흥증권 이필호 연구원은 "5월이후 주가지수 700선이 견조한 지지선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98년 6월이후 9월까지 주가지수가 300포인트대에서 제한적인 등락을 거듭하다가 급상승했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라며 "수급 여건은 개선되지않고 있지만 악재 요인들이 하나둘 해소되면서 시장 호전의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 오현석 연구원도 "증시가 별다른 재료 없이 700∼75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프로그램 매물 부담 때문에 여건이 나쁘지만 중기적으로는 자금시장등의 악재들이 제거되는 과정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연구원은 특히 코스닥의 경우도 최근에는 투신등 기관투자자가 순매수에 가담하고 있고 인디시스템,쌍용정보통신,엔씨소프트등 개별종목들의 경우 재료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등이 주가가 바닥에 도달했음을 알려주는 징표들이라고 말했다. 최근 침체장에서 코스닥은 수급 악화에 짓눌려 개별종목의 재료도 반영이 안됐었다는 것이다.

◆우량주 물량 확보 전략

프로그램 매도 물량의 부담등으로 증시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제한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고 추석 이후의 장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들이 나오면서 하락폭이 클 때 우량종목에 대한 매수를 늘려야 한다는 조언들이 나오고 있다.

신흥증권 이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720선 밑으로 떨어지면 우량주의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쓸 만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오 연구원도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일정수준이하로 하락할 경우 저점 매수를 통해 가을장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저점 매수에 나설만한 종목군으로는 금융주와 중저가 실적호전주가 꼽히고 있다.

신영증권 우민기 연구원은 "은행·증권등 금융주의 하방경직성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며 정기국회에서 공적자금 추가 조성이 가시화되면 금융주가 선도주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은행등 금융주는 현대가 자구계획을 실천해가고 있고 정부가 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들을 준비중인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안정될 경우 가장 큰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도 선도주로 꼽히고 있다.

이와함께 상반기 실적에 기초한 PER(주가수익비율)가 낮은 실적우수 중소형주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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