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닥만 왜 '코가 석자'

  • 입력 2000년 8월 21일 18시 52분


코스닥이 ‘나홀로 추락’을 지속하고 있다.

나스닥과 자스닥이 최근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코스닥만이 유독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나스닥의 경우 5월 3000포인트대 아래로 추락할 위기를 넘긴 뒤 서서히 반등, 지난 주말 현재 연초 대비 하락률이 3.4% 수준으로 회복됐다. 반면 코스닥은 연초 대비 55%의 하락률을 기록중이다.

6월초까지만 해도 나스닥과 동조화 현상을 보였던 코스닥이 이처럼 별도로 움직이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미국 일본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나스닥, 자스닥이 뜬다고 해서 코스닥도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코스닥은 나스닥이나 자스닥에 비해 인터넷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세종증권 임정석연구원은 “나스닥과 자스닥의 상승은 반도체, 네트워크 장비업체 등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코스닥은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인터넷 업체들의 비중이 커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국증권 유제영연구원은 “인터넷기업의 경우에도 나스닥의 기업들은 성숙기에 진입,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코스닥의 닷컴기업들은 이제 막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공급 물량도 원인〓매수 주체가 한정된 상황에서 공급 물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지적된다. 나스닥과 자스닥은 최근 신규 상장이 크게 줄었지만 코스닥은 등록법인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

잦은 무상증자와 액면분할도 물량 증가의 한 원인이다. 올 들어 지난 주말까지 액면분할을 한 코스닥 등록법인은 107개사에 달한다.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연구원은 “무상증자나 액면분할은 이론상으로는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왜곡된 투자 행태도 한 몫〓최근 코스닥시장에서는 ‘굴뚝기업’을 인수해 첨단기업으로 변신시키는 ‘A&D(인수개발)’ 테마가 주목받고 있다. 정동희연구원은 “A&D테마는 한국에서만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이 테마 때문에 투기적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분석.

투자 행태가 왜곡됐음을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또 하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주식회전율. 이달 첫째주에는 회전율이 100%를 넘는 기업이 76개에 달했다. 어떤 기업은 하루에 한 번씩 주인이 바뀌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투자보다는 단기매매 투자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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