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그룹 상반기 실적 뜯어보기

  • 입력 2000년 8월 16일 18시 58분


올해 주식시장을 침체의 늪에 빠뜨리는 데 일조한 현대그룹은 올 상반기 영업면에서도 변변치 못한 실적을 냈다. 내수 및 수출에서 호조를 보인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

특히 현대그룹 유동성위기를 촉발한 진원지인 현대건설은 상반기중 대규모 적자로 돌아서 ‘자금난이 소문만은 아니었다’는 비아냥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현대계열사 실적을 뜯어보면〓우선 현대전자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배, 24배 가량 증가했으나 반기순이익은 374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1250억원 적자)보다 적자규모가 확대됐다. 이는 무려 1조4600억원의 영업외비용이 발생했기 때문. 영업외비용은 △이자비용 5911억원 △현대투신 등 계열사 지분법평가손실 3987억원 △부실자산 매각관련 손실 등이 4702억원이다.

현대건설은 투자자산 처분손실 등 1080억원의 특별손실이 발생하면서 작년 동기 402억원의 흑자에서 1780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현대중공업도 2178억원의 투자자산 처분손실로 순이익이 68%가량 감소했다. 현대상선의 경우 컨테이너선 업황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차입금 증가로 이자비용부담이 늘어 수익성이 악화됐다.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많았다〓현대전자의 경우 상반기 매출액은 4조3777억원. 그러나 감사의견서에 나타난 현대전자의 계열사 매출액은 무려 3조3339억원, 76.1%에 달했다. 99년결합재무제표에 나타난 내부거래 비중이 4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계열사간 거래가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현대전자는 또 영국 웨일스에 짓고 있는 반도체생산공장의 자체 완공 또는 제3자 매각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제3자 매각될 경우 정부보조금 등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 991억원이 지분법 평가손익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연말결산때 계상하는 이월결손금 및 세액공제 등으로 인한 법인세 이익 1649억원은 상반기 이익으로 잡았다. 앞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빼고 이익만 넣은 것.

한편 현대건설은 이라크 공사 관련 미수채권이 9501억원에 달하지만 대손충당금은 1900억원에 불과했다. 앞으로 충당금을 훨씬 더 많이 쌓게 돼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강운·김두영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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