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고금리 신협―금고등 예금 몰리는데 대출안돼

  • 입력 2000년 8월 6일 18시 06분


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지방의 소형기업과 중소상인의 경제활동을 지탱해 온 서민 금융기관이 흔들리고 있다. 지방경제가 계속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지방 금융기관들도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지역 A금고의 감사 B씨는 “기업체 대표들이 ‘신용금고나 새마을금고에서 돈을 빌린 사실이 알려지면 부실기업으로 몰려 자금회수 요구에 시달릴 것이 두렵다’며 대출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2000만원까지는 고금리로 예금이 보호됨에 따라 2000만원 이하의 소액자금이 신용금고 등으로 몰리고 있으나 대출처가 마땅치 않다는 게 이들의 고민거리다.

▽돈이 남아돌아 문제〓서민 금융기관의 위기는 돈은 남는 편이나 대출해 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대기업금융을 줄인 뒤 낮은 이자율로 중소기업 및 개인대출에 나선 주택 국민은행 등이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신용금고 연합회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신용금고는 22조8542억원을 예금으로 받아 17조435억원을 대출했다. 신용금고나 신협은 ‘은행보다 높은 이자(8.5∼9.0%)를 약속하고 예금받은 돈을 신용이 다소 떨어지는 기업에 은행보다 높은 이자(13%대)로 빌려주면서’ 이윤을 내는 곳. 결국 신용금고업계는 대출하고 남은 5조원대 자금을 반토막난 주식, 7∼8%대 국공채, 5%대 콜자금에 활용해 대출수익을 갉아먹었다.

전북지역 한 금고사장은 “우리 금고에선 3700억원의 예금을 받아 2400억원을 대출해 줬다”며 “아무리 찾아봐도 전북지역에는 5억원 이상 대출해 줄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지방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런 애로를 토로하는 곳이 많다.

지방의 한 금고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차라리 망하려면 올해 안에 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알만한 사람에게 자금을 유치해놓은만큼 예금이 2000만원까지만 보호되는 내년이 오기 전에 문을 닫아야 고객 예금이 전액 보호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올 상반기 신용금고업계는 ‘예금유치 경쟁’으로 몸살을 앓았다. 골드 해동 코미트금고 등은 7월 들어서 14%대 이자를 약속하며 수천억원대 신규 자금을 끌어들였다. 수익률 악화 속에 때아닌 자금 끌어들이기 경쟁은 올 하반기에 신용금고 신협에서 은행권으로 자금 엑소더스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지역 K금고 관계자는 “금고업계가 고객에게 뭔가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이벤트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언제까지 낮은 수익의 장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기감 속에도 서민금융기관 사이에 우열이 갈리고 있다. 최근 부산지역 5개 금고를 합병한 한마음금고 관계자는 “부산에서는 5개 종금사가 없어지고 기승을 부리던 파이낸스도 사라진 만큼 틈새시장만 잘 찾으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살아남는 길은〓서민금융기관의 입장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겠으니 정부도 해결책을 달라’는 것이다. 신용금고연합회 관계자는 “금고업계가 재편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금고 수가 100개까지 줄어들 정도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고업계는 정부측에 △예금자 보호한도를 4000만원까지 확대 △투신권에도 허용되는 비과세상품을 허용하고 △출장소 설치를 가로막는 점포개설 규제를 풀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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