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영탁/벤처는 이제 선택아닌 필수

  • 입력 2000년 7월 30일 18시 45분


한동안 벤처에 대한 얘기가 한창 꽃을 피우다가 요즘은 많이 시들해진 것 같다. 전통적인 산업을 대체할 주역으로서 벤처의 등장에 박수갈채를 보냈고 우수 인력들이 벤처산업으로 몰려 들었다.

그러나 벤처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벤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비판으로 바뀌고 있다. 이 시점에서 벤처에 대한 시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벤처는 벤처다. 벤처를 벤처의 시각으로 봐야지 일반 제조업의 시각으로 봐서는 안된다.

벤처는 현재 수익이 없거나 낮은 대신 미래에 대한 꿈이 드높다. 그 결과 값을 비싸게 부른다. 이를 두고 거품으로만 몰아치는 것은 곤란하다. 모험을 하지 않고 큰 꿈을 실현시킬 방법은 없지 않는가. 고위험 고수익이 벤처의 근간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둘째, 벤처는 아직 어리다. 벤처 붐이 시작된 것이 작년이다. 벤처가 놀라운 성장을 했다고는 하나, 아직 갓난아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숙한 점도 많고 시정해야 할 부분도 많다. 잘못하는 점에 대해선 질타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벤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기까지는 어린 아이를 돌보는 자세로 벤처를 봐야 할 것이다.

셋째, 벤처는 때로는 얄밉기도 하다. 아직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많이 저지른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유례없는 코스닥 시장의 활황은 벤처 기업가들을 돈방석에 앉게 했다. 억대 연봉과 스톡옵션은 많은 사람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부 벤처 기업가들의 불미스런 행태는 벤처에 대한 애정을 한 순간에 미움으로 바꾸기도 했다.

넷째, 그러나 벤처는 대세다.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벤처가 유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 기업 방식이요, 산업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이 제조업의 부흥을 가져 왔다면, 디지털혁명이 가져온 것이 인터넷과 벤처다.

대기업들도 벤처의 앞선 경영방식을 따라 가고 있다.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시간을 다투는 산업에 제격인 벤처는 이제 미래산업의 주역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벤처에는 우리의 꿈이 있다. 우리 국민은 벤처형 기질을 갖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사회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던 여러 특성들이 디지털 산업사회에선 강점으로 작용한다. 우수한 두뇌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우리 벤처산업은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세계는 한국을 벤처강국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그늘에 가려졌던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었다. 최근 인터넷과 벤처 분야에서 잘만하면 일본을 앞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제조업 시대엔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최근 거품론과 각종 질책으로 벤처산업이 전반적으로 기가 죽어 있다. 무늬만 벤처인지 아닌지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고 벤처를 포기한다면 과연 무엇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우리는 이제 벤처가 제대로 자라날 수 있도록 벤처 환경을 가꿔 나가야 한다. 싹을 잘라 버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전통적인 제조업만으로는 세계 중심국가로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도 앞으로 벤처산업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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