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자고나면 신기록

  • 입력 2000년 7월 28일 19시 52분


‘쏟아지는 기록 기록들….’

그야말로 신기록 풍년이다. 2000프로야구가 연일 터지는 신기록들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전혀 예상치 못한 선수들이 ‘한건’씩 터뜨려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신기록의 신호탄은 현대 박경완이 쐈다. 그는 5월19일 대전 한화와의 경기에서 사상 초유의 4연타석 홈런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배턴을 이어받은 현대 박종호도 해태 이종범(현 주니치 드래건스)의 58연속경기 출루기록을 깨는 이변을 일으켰다. 5월3일 대구 삼성전부터 7월13일 인천 SK전에서 59경기에 연속출루한 것. 해태 장성호는 12연타석 출루 타이기록을 이루기도 했다.

후반기 들어서자 기록 행진은 더욱 신바람을 냈다.

26일엔 삼성 김기태가 프로야구 19년 사상 첫 한경기 6연속 안타를 때려냈고 27일엔 현대 이명수가 만루홈런과 3점홈런, 적시타 등으로 한경기 8타점 타이기록을 세웠다.

10년에 한번 세워질까 말까한 기록들이 올시즌 한꺼번에 터지는 이유는 뭘까. 또 기록이 타격쪽에 치중되고 있는 건 왜 그럴까.

이같은 신기록 풍년 현상을 두고 야구계에선 타자들의 발전속도가 투수들보다 빠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허구연 본지해설위원은 국내 프로야구에 용병제도가 생긴 게 타격발전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허위원은 “수준급 외국인 타자들이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레 국내 선수들도 포지션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자율적인 훈련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게다가 국내 선수들이 힘좋은 용병들의 타격기술을 보고 배우는 면도 많다”고 밝혔다.

의외의 타자들이 기록을 세우는 건 투수의 ‘관리소홀’도 한 몫 하고 있다. 파괴력있는 중심타자들을 신경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하위타선 타자들은 섣불리 승부하는 경향이 강한 편.

타격기술 발전속도가 훨씬 빠른 현대야구는 갈수록 투수들의 입지가 좁아지게 돼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