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Living]동성애 광고 젊은층 파고든다

  • 입력 2000년 7월 23일 19시 03분


자동차와 맥주, 가구에 이르기까지 많은 상품의 광고에서 동성관계에 대한 ‘암시’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모호한 동성관계’라고 불리는 이러한 광고들이 광고계를 이끄는 추세가 됐다고 말한다.

동성관계를 암시하는 광고의 좋은 점은 동성애자들은 이러한 광고를 보고 직접적인 구매욕을 느끼는 반면,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은 광고에 표현된 모호함을 그냥 모호함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전역의 잡지에 게재되고 있는 미첼 골드 가구광고에서는 두 남자가 하얀색 소파에 나란히 앉아 미소를 짓고 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어린이용 의자에 앉은 금발의 여자아이가 있다. 이 광고를 해석하는 방법은 두가지. 하나는 두 사람은 대학 친구이고 여자아이는 둘 중 한 사람의 여동생, 다른 하나는 두 사람은 매력적인 커플이고 여자아이는 그들의 딸인 도로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신문과 공중전화 부스에 게재된 달라크 사무용 가구의 광고에는 몸에 딱 달라붙는 반소매 와이셔츠를 입고 주먹 쥔 손을 책상에 대고 있는 근육질의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달라크가 겨냥하고 있는 젊고 활동적이고 섹시한 소비자들을 상징하는 동시에, 도시에 살고 있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상징이기도 하다.

모호한 동성관계 광고를 통해 기업과 광고회사들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부유한 동성애자들과 유행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이다. 광고회사들은 동성관계에 대해 격의 없고 차별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성관계를 묘사한 광고가 등장할 수 있는 길을 닦은 것은 TV의 오락물들이다. 주로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인 ‘도슨의 개울’에서는 젊은 남자 인물 2명이 로맨틱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방영됐고, HBO에서 방영중인 ‘섹스와 도시’에서는 여주인공인 캐리가 26세의 양성애자 남성과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뉴욕의 광고회사인 ‘로우 린타스’의 마이클 드래즈닌 부사장은 “지난해 광고계의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뀌었다”며 “광고계가 동성애자들을 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개인적으로 동성관계를 포용하는 사람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예전처럼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고업계의 전문지인 ‘광고 시대의 창의력’의 편집자인 로지어 밴 베이클도 “하나의 새로운 추세가 진행되고 있다”며 린타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광고에서 동성애 이미지가 암시되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그 광고가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모호한 동성관계 광고에 대해 종교계는 당연히 비판을 하고 있다. 동성애자들 중에도 이러한 광고가 동성애자들에 대한 상투적인 인식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미첼 골드 가구의 미첼 골드 사장은 동성관계를 암시한 광고의 효과를 믿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섹시함과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한 광고가 젊은층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home/072000gay―vague―ad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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