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브리티시오픈]112개 '항아리' 벙커전쟁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20분


세계적인 프로골퍼들도 제129회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만 서면 ‘벌벌 떠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람의 변덕이 심하고 러프가 억세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링크스코스(해변에 접한 골프장)도 마찬가지.

바로 ‘악명 높은 벙커’ 때문이다.

올드코스의 벙커는 모두 112개.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벙커 턱이 보통 어깨높이 이상이다. 오죽하면 ‘항아리벙커’로 불릴까. 빠져나오는 것만도 다행이다.

그린을 향해 방향과 비거리 손해 없이 목표타를 칠 수 있는 미국골프장의 벙커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특히 샷을 날리는 지점에 따라서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페어웨이 벙커가 도처에 입을 벌리고 있어 ‘굿샷’이 ‘트러블샷’으로 돌변하기 일쑤다.

90년 올드코스에서 두번째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오른 닉 팔도(영국)는 18일 코스를 돌아본 뒤 “벙커라는 의미에 가장 충실한 벙커다. 13번과 14번홀은 아예 페어웨이를 벗어난 지점을 목표로 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18개 홀 중 가장 까다로운 것은 바로 ‘로드홀’이라고 불리는 17번홀(파4·455야드).

84년 이후 4대 메이저대회가 열린 코스 중 가장 어려운 홀로 세 번이나 뽑혔다.

존 댈리(미국)가 우승했던 1995년 대회 때는 4라운드까지 이 홀에서 523번 티샷을 날려 버디는 단 13개 나왔을 정도. 233번이 파, 277번이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했었다.

코스탄티노 로카(이탈리아)는 95년 연장전 17번홀에서 그린 한가운데 잘록하게 파고 들어와 있는 ‘로드벙커’에서 탈출하는 데 3타를 허비하는 바람에 2타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댈리에게 무릎을 꿇었다. 1978년 토미 나카지마(일본)는 투온시킨 뒤 퍼팅한 볼이 로드벙커에 빠져 4타만에 빠져나온 끝에 9타만에 홀아웃하기도 했다. ‘최연소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타이거 우즈(미국)는 18일 인터뷰에서 “올드코스 파4홀 중 뒷바람이 불면 원온을 노릴 수 있는 홀이 4개나 있다. 하지만 17번홀은 안전하게 3온을 노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드코스에서 브리티시오픈이 개최된 것은 올해까지 26번째. 이번 대회 156명의 출전선수 중 올드코스에서 우승했던 선수는 불과 4명(잭 니클로스, 세베 바예스테로스, 닉 팔도, 존 댈리).

과연 ‘지옥의 벙커’에서 살아남아 최후에 웃을 자는 누구일까.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7115야드)
길이(야드)길이(야드)
14376104379
24413113174
34397124314
44464134430
55568145581
64412154456
74388164424
83175174455
94352184357
363545363570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