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사이버 처방전 "정당하다-아니다"

  • 입력 2000년 7월 17일 19시 33분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의사와 상담하고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을 탈 수 있을까. 한 인터넷 의료사이트가 의약분업을 맞아 내건 새로운 서비스가 ‘정당한 진료행위’냐, 아니냐 하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이트는 ‘아파요닷컴(대표 민경찬·http//www.apayo.com)’. 민대표는 의약분업 계도 기간이 끝나는 7월말까지 회원을 모집해 8월부터 무료 처방전 발급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감기몸살 같은 단순한 질병 때문에 병원과 약국을 오가는 불편을 줄여주겠다는 취지. 약사들도 인터넷을 이용해 처방전을 발급받으면 곧바로 약을 지어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사이트엔 현재 20만명 이상이 회원으로 등록한 상태이고 진료 협조를 약속한 의사도 50명이 넘는다. 민경찬 대표는 “회원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100만명 이상이 고객이 될 것이고 장차 전국에서 하루 발생하는 환자 수인 300만명의 10% 가량은 이런 인터넷처방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환자를 보지도 않고 처방을 내려도 되느냐’는 것. 전문의와의 실시간 의료상담이나 자가건강진단 등은 이미 많은 인터넷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의사면허번호가 첨부된 처방전을 온라인으로 발송하려는 계획은 처음이다.

의료법 전문 신현호 변호사는 “현행법과 판례로는 ‘비대면(非對面) 비문서(非文書) 처방’이 인정되지 않지만 이제 의료행위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호보완이 요구되므로 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초진은 직접대면하는 경우만 인정하지만 재진부터는 온라인진료를 인정하는 식으로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

유권해석 기관인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박경호(朴景鎬)의료정책과장은 “상담 정도면 몰라도 처방은 직접 환자를 봐야만 내릴 수 있고 무료 처방전 발행 후 의료보험료를 청구한다면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서비스를 강행할 때는 불법진료행위로 제재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의사들은 오진에 의한 부작용과 의료사고의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민대표는 “직접 보고 촉진과 청진 등을 해야 하는 환자는 직접 병원에 가도록 조치하고 증상이 극히 보편적이고 경미한 20% 가량의 환자만 처방전을 발급받게 될 것이므로 결코 무리한 진료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환자의 의료보험번호를 요구하지도 않는 서비스인데 보험료 청구로 영리를 꾀한다는 주장은 모략일 뿐이라는 것. 무료 처방전의 목적은 점차 확대될 인터넷 의료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강조한다.

그는 “만약 정부가 제동을 건다면 의사 고유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진료방해행위로 고발해 법정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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