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北문제 민족 차원에서 보라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21분


‘6·15남북공동선언’이 나온 지 한달이 되는 요즘 남과 북, 남과 남 사이에 미묘한 갈등과 대립양상이 불거져 민족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조짐이 보인다. 이대로라면 민족의 화해 협력이라는 대의는 실종되고 대신 내부의 분열과 반목이 그 자리를 차고앉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특히 정치권이 민족의 먼 앞날을 내다보는 대승적 차원에서 남북문제를 다루기보다 정략적 감정적으로 접근해 갈등을 부풀리고 혼란을 부채질한 측면이 크다.

청와대측의 한나라당 이회창총재 비난발언에 이어 야당의원의 ‘청와대 친북세력’ 돌출발언에 따른 여야의 대결 양상은 하나의 실례다.

발언파동은 다행히 여야가 그간의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서로 유감표명을 하는 선에서 수습됐다. 그러나 앞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또 국내 정치상황의 변동에 따라 이런 문제가 언제 다시 불거질지 알 수 없다. 특히 차기 대선을 앞둔 정파간 힘겨루기나 상대를 폄훼하기 위한 이념논쟁으로 ‘북한 변수’가 악용될 경우 우리 사회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상태로 빠질 개연성도 없지않다.

본보는 4월 창간80주년 사설을 통해 “남북이 손잡고 나아가는 미래를 열기 위해 남과 북의 다리역할을 할 것이며 아울러 동서화합을 위해 지역주의와 한 끝으로 치닫는 극단주의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나라와 민족의 편가르기도 마다하지 않는 어떠한 정파, 조직이나 개인도 배격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동선언 한달을 맞은 지금 우리 내부에서 작은 이익을 탐한 편가르기 양상과 극단주의적 발언이 난무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누구보다 여당은 남북회담의 성과를 재집권의 호재 정도로 스스로 격하시키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야당을 비롯한 각계의 비판과 문제제기에 귀기울여야 한다.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함부로 ‘반통일 세력’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야당은 ‘총론에 찬성’한다면서도 건건이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키려고 할 게 아니라 각론적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국민 의견을 폭넓게 결집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구시대적 냉전적 사고체계의 틀에서 문제를 보며 비판 아닌 비난만 한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된다.

여야는 거시적 민족적 차원에서 남북문제에 접근하여 진정한 의미의 남북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열리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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