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Digital]안경환 박원순 차병직씨 에세이 동시출간

  • 입력 2000년 7월 13일 18시 46분


“인생에 절망해본 사람만이 인생을 진정 사랑한다.” 토마스 만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법에 대해서는?. 독일의 검사였던 키르히만은 ‘법학의 학문으로서의 무가치성’에 대해 평생 고민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훌륭한 법률가였다.

서울대 법대 안경환(安京煥)교수와 박원순(朴元淳) 차병직(車炳直)변호사가 같은 시기, 같은 출판사(프레스21)에서 법률 에세이를 각각 펴냈다.

책의 이름은 ‘셰익스피어, 섹스어필’ (안교수) ‘악법은 법이 아니다’(박변호사) ‘법원은 일요일에도 쉬지 않는다’(차변호사).

세 사람의 공통점은? 함께 참여연대를 만들었다는 것, 모두 ‘법’을 생계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 더 있다. 법에 대해 똑같이 유감(遺憾)과 회의(懷疑)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의 글에도 법에 대한 유감이 강하게 나타난다. 안교수는 “법관은 결코 타인의 삶에 대해 분노를 느껴서는 안된다는 것이 신념인 반면 문학의 가장 큰 동인(動因)은 분노”라며 법과 문학의 숙명적 괴리를 지적한다. 박변호사는 “엉터리 법과 엉터리 제도는 법과 제도가 아니다”라고 외친다. 차변호사는 “의뢰인을 보면 그의 호주머니부터 상상하는” 변호사의 현실을 고뇌하고 ‘천재를 삼킨 학문’인 법학에 회의를 품는다.

그러나 그들의 사색은 결국 법에 희망을 걸 수 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안교수는 ‘법관이 시인이어야 하는 사회’를 꿈꾸고 박변호사는 소액주주 소송 등 법을 통한 사회개혁에 기대를 걸고 있으며 차변호사는 “법이 정의에 의해 지배되기를 바란다”고 맺고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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